詩 2016 233

불편한 심기/배 중진

불편한 심기/배 중진 정확하게 어제 오후 5시부터 일기예보에서도 강조하더니 조용하게 서 있는 나무를 꽃을 피워 보기 좋은 나무를 요동치게 하였고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끊임없이 몸부림치게 하더니 몇 그루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어 어쩌면 좋은가 이렇게 되려고 긴 겨울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버텨오진 않았는데 피할 수도 없는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피하며 당하지 않으려 용을 쓰지만 바짝 엎드려 눈물로 호소하지만 성난 기세는 멈출 줄을 모르며 무자비하게 짓쳐나간다 먹장구름이 무서워 해님은 일찍 사라졌고 춥고 성가신지 하현달도 보이지 않았으며 높은 곳의 별들은 내일을 기약하며 총총 떠나가면서 아무도 말리지 않으니 기세등등함이란 눈꼴 사나워 차마 보아줄 수도 없는 망나니 신세 그렇지만 무서워서 피하는 것은..

詩 2016 2016.03.29

18년/배 중진

18년/배 중진 시내를 내려다보니 제법 울긋불긋한 곳이 보이고 능수버들이 벌써 축 늘어졌으며 하늘은 구름 반으로 햇빛이 들었다 말다 표정이 우락부락하여 선뜻 산책하러 나가길 주저케 하더니 갑자기 소나기가 줄기차게 쏟아져 발길을 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 좁은 방에서 꿍꿍이속이길 한참 간신히 빛이 보였다 하면 이내 감추길 수차례 그래도 비 오는 것보다는 나아 자주 다니던 길을 벗어나 온기가 있어 보이는 곳으로 향했고 높은 목련이 있는 곳에 머물며 아름다운 꽃 중에서도 더욱 멋진 것을 골라 사진으로 담는데 주인인 듯한 여자가 소리를 빽 지르며 뭣 때문에 서성이느냐 난다 대답할 가치도 없고 기가 차 시큰둥했더니 들리지 않는 소리로 지껄이다가는 중얼거리더니 그녀가 있는 자동차로 오라고 손가락 끝을 ..

詩 2016 2016.03.26

길/배 중진

길/배 중진 흰 구름 두둥실 높은 산을 요리조리 피해가고 인간은 잔잔한 물결이 이는 호숫가에 길을 만들어 알지 못할 곳으로 쏜살같이 갔다간 허탈하게 돌아오길 반복하는데 시인이자 화가는 호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산에 혼자 올라 파란 산을 듬성듬성 내려놓고 푸른 물결 가득 담은 후 별같이 많은 시어를 쏟아내 꿈같은 이야기 펼쳤으리 누구에게도 말 못 할 답답한 심정 토로하고 동심을 고이 간직한 고향을 떠올리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표하고 애수에 젖은 나그네의 설움도 잊지 않았으리 먼 훗날 또 다른 나그네들 시인이 앉았던 벤치에 앉아 흰 구름 떠가는 것을 구경하며 시인이 되어 인생의 길을 더듬겠지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1877-1962) Nobel Prize(1946) 옛날 풍년초..

詩 2016 2016.03.25

왕이라 으스대더니/배 중진

왕이라 으스대더니/배 중진 고속도로와 나란히 뻗어있는 도로를 달릴 때마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가끔가다 청설모 한 마리가 나타나 급하지 않은 걸음으로 으스대고 꺼떡거리면서 넓은 도로를 횡단하곤 하여 멈췄다가 다 지나간 다음 갈 길을 가곤 했었고 왕처럼 대우하며 예의 바르게 앞길을 터줬더니 그런 배려와 복종을 재밌어하였으며 점점 기고만장한 태도로 일관하여 나중엔 눈꼴까지 시렸는데 그것이 청설모를 급기야는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게 하였으며 한두 번도 아니고 일부러 허장성세로 수십 번씩 행차하더니 어느 재수 없던 날 어떤 무지막지한 사람에 의해 왕으로 대우하지 않았던 사람에 의해 비인격적으로 폐위되었으면 그나마 좋았겠지만 떡이 되도록 길바닥에 쫙 깔려 형체도 분간키 어려운지라 지나가는 사람마다 고개를 돌..

詩 2016 2016.03.24

오, 민들레여!/배 중진

오, 민들레여!/배 중진 눈길을 확 잡아채는 것이 있어 가던 길 멈추고 돌아서서 바라보니 작은 나무 밑에서 홀로 크게 핀 노란색의 민들레여 과연 장하고도 자랑스럽도다 어제 그렇게 호되게 눈보라 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꽃을 피워낼 수 있다는 자부심과 용기 장미가 따라 할 수 있을까 국화가 흉내 낼 수 있을까 갈 길이 창창하지만 시작이 매우 가상하고 돌발적이며 불굴의 정신이라 걱정하지 않으련다 보라! 하찮다고 생각되는 꽃, 민들레를 그 누가 감히 과소평가할 수 있으랴 yellowday2016.03.23 06:28 사람의 발길에 밟히면서도 꿋꿋이 피어나 제 몫을 다하는 민들레 인동초만큼이나 대견한 식물이지요~` yellowday2016.03.23 08:35 미국민들레는 꽃잎의 수가 많고 한국 토종은 꽃잎 수..

詩 2016 2016.03.23

치악산 시루봉(비로봉)/배 중진

치악산 시루봉(비로봉)/배 중진 옛날 옛적에 치악산의 정기를 먹고살 적에 시루 같은 산꼭대기가 궁금하여 아침 일찍 산행하기 시작했는데 밑에서 보기와는 달리 쉽지 않은 길이었으며 까마득하게 높았고 올라갔다 내려가는 길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간신히 밧줄을 잡고 오르긴 했는데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얼마나 지쳤던지 정상에서 온 누리를 바라보는 기쁨도 잠시 넋을 잃고 주저앉아 산등성이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왼쪽에서 갑자기 솜털 뭉치를 일자로 자른 듯 안개가 밀려와 오른쪽의 맑은 하늘을 순식간에 덮어 앞뒤 구분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내려갈 길이 막막했으며 나중에 보니 그것은 시루떡을 찌는 수증기 같았으며 농무가 걷히자 누군가에 의해 쌓아 올려진 돌탑이 보였고 올라왔던 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뽀얀 그 는개..

詩 2016 2016.03.23

마지막 눈/배 중진

마지막 눈/배 중진 밤새 눈이 내렸어도 기온이 따스하여 길에는 깔리지 않았고 지붕과 자동차와 나무에만 쌓여 온통 새하얀 세상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개나리는 눈이 덮여 있어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고 수선화는 모든 것을 수긍하듯 더욱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며 목련은 목덜미가 시린지 움찔거리며 하얀 눈을 연신 털어내고 있었는데 그것도 잠깐 녹기 시작하느라 땀을 줄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순식간에 사라질 눈을 내리느라 밤새 고생만 했지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니 공포의 대상은 아니었고 이빨 빠진 늙은 호랑이의 포효에 지나지 않았으며 마지막 눈이었지 싶고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둬 잊지 않고 감사 또한 드리네 blondjenny2016.03.22 07:42 눈이 내리긴 내렸군요. 언젠가 4월에도 눈이 온 적이 ..

詩 2016 2016.03.22

불쌍한 개나리/배 중진

불쌍한 개나리/배 중진 개골개골 개구리가 봄이 왔음을 알리고 개뿔도 모르는 개미들이 벌써 집단성토를 하느라 수북이 쌓여있으며 개화한 개나리가 모퉁이마다 반갑게 활짝 웃는데 어찌하면 좋은가 바람이 심상치 않고 일요일엔 공식적으로 봄이 시작하는 날이건만 폭설과 혹한이 장단 맞춘다며 펄펄 날리고 무섭게 내리친다니 개구리는 땅속으로 쏙 머리를 감출 테고 개미들은 더위를 느꼈던 곳으로 패배자가 되어 다시 흩어질 테지만 개나리는 피웠던 꽃을 거둘 사이도 없이 축 늘어지겠지 한두 번 겪었던 일도 아니라서 신중하게 처신하였어도 가끔 샘이 많은 겨울은 쉽게 물러서지 않아 누구의 잘못도 아니요 분위기가 그렇게 흘렀기에 순간적으로 꽃을 피웠는데 때아닌 눈이 훼방을 놓고 냉정한 기온이 심통을 부려 화려한 봄 잔치에 먹칠하여도..

詩 2016 2016.03.19

회춘(回春)/배 중진

회춘(回春)/배 중진 개선장군처럼 개나리는 위풍당당하게 돌아와 많은 사람의 갈채를 받았으며 수줍은 수선화는 고개를 펼 듯 말듯 물가가 아닌 곳에서 이웃을 바라보며 의지하고 목석 같은 목련은 정이 무엇인지도 모를진대 일찍 나와 사랑의 날개를 펼치나 내일 날씨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며 주말에는 눈 소식까지 있지만 미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으니 만물의 영장이 어찌 서로를 사랑하지 않을쏜가 구약나물(蒟蒻 ── )은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의 전분으로 묵을 만든 것을 곤약(菎蒻)이라 하는데, 주로 일본 요리에서 쓴다. 1/16/2018 yellowday2016.03.17 07:13 계절의 봄이 돌아오는걸 회춘이라고 하지만 왜 사람에게도 그 단어를 쓰는지 궁금하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궁금증이 풀렸..

詩 2016 2016.03.17

달/배 중진

달/배 중진 선명하지 못한 초승달이 가까스로 얼굴을 내밀고 힘겹게 굴러가면서도 추위에 벌벌 떠는 새싹들을 보듬으며 같이 성장하자고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누군가 같이한다는 데 의의가 있으며 춥고 어린 시절엔 더욱 보탬이 되어 잊지 않으리라 시간은 흘러 그믐달이 힘이 부쳐 사라질 즈음 어린 것들은 자리를 굳게 잡아 누구의 도움이 더는 필요치 않을 테고 무럭무럭 자라 감사의 표시인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가냘픈 초승달을 향기로 반가이 맞이하리 이쁜선이2016.03.14 09:07 사랑이란 자기희생이다. 이것은 우연에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행복이다. - 톨스토이 ♠봄과 함께 찾아온 환절기 감기가 유행입니다 일교차가 크니 감기조심하세요 ~^^~ 새로운 한주도 기쁨의 나날 되세요~~^..

詩 2016 201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