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6

치악산 시루봉(비로봉)/배 중진

배중진 2016. 3. 23. 01:29

치악산 시루봉(비로봉)/배 중진

 

옛날 옛적에

치악산의 정기를 먹고살 적에

시루 같은 산꼭대기가 궁금하여

아침 일찍 산행하기 시작했는데

 

밑에서 보기와는 달리

쉽지 않은 길이었으며

까마득하게 높았고

올라갔다 내려가는 길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간신히 밧줄을 잡고 오르긴 했는데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얼마나 지쳤던지

정상에서 온 누리를 바라보는 기쁨도 잠시

넋을 잃고 주저앉아 산등성이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왼쪽에서 갑자기 솜털 뭉치를 일자로 자른 듯 안개가 밀려와

오른쪽의 맑은 하늘을 순식간에 덮어

앞뒤 구분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내려갈 길이 막막했으며 나중에 보니

 

그것은 시루떡을 찌는 수증기 같았으며

농무가 걷히자 누군가에 의해 쌓아 올려진 돌탑이 보였고

올라왔던 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뽀얀 그 는개는 영원히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는데

 

그때 같이 갔던 다정한 사람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도 했고

우리 사이에 몇 층의 간격이 있었기에

시루에 물 퍼붓기식으로 같이 할 수 없었던가

 

 

 

 

 

 

 

 

 

 

 

 

 

 

 

 

 

 

 

 

 

 

 

 

 

 

 

 

 

 

 

 

 

 

 

 

 

 

 

 

 

 

 

 

 

 

 

 

 

 

 

Buffalo Bill Historical Center
Cody, Wyoming
9/19/2011 사진
10/14/2012 화일

 

yellowday2016.03.23 06:32 

산안개(산람)가 떡시루에서 나는 김과 닮아서 시루봉이라~
멋지 비유를 하셨네요~

岳자가 붙은 산은 험하다하여 저는 못간걸로 알지요~

 

yellowday2016.03.23 06:37 

-몇층의 간격이 있어 이루지 못했던가?-

요즘 아이들처럼 되바라지지 않고
순수했던 시절이라 서로를 지키며
사귀던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추억꺼리가 많군요~

 

샌디에고의 라호야 비치를 멋지게 잘 소개하셨습니다.
물개가 인간이 가까이 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샌프란시스코 부두에서 가까이 보고는 이렇게 사진으로
보게 되는데 저들도 살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같이 공존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멋진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좋은 인연이란?

시작이 좋은 인연이 아닌
끝이 좋은 인연입니다.

시작은 나와 상관없이 시작되었어도
인연을 어떻게 마무리하는가는
나 자신에게 달렸기 때문입니다.

-혜민 스님-

 

경이로운 봄날과 뜻깊은 부활절이 되시기 바랍니다.
만물이 약동하는 계절에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海山 김 승규2016.03.31 05:25 

좋은 글과 사진을 보니 힘이납니다.

 

6/18/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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