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4 306

콘도르와 참새/배 중진

콘도르와 참새/배 중진 콘도르의 첫인상은 섬뜩하게 생겼으며 기분이 좋다가도 확 바뀌는 느낌을 받았는데 불길하게도 색깔까지도 검었으며 흰색이 있긴하나 끔찍한 모습이었는데 근처에 있는 맹금류 올빼미와 독수리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예의주시하고 있었으며 작은 소리가 나도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움칫거리길 몇 번 했는데 느닷없이 작은 참새들이 찧고 까불다가 들이닥쳐서는 마음대로 울안을 휘젓고 다니며 덩치 큰 날짐승을 조롱하지만 흘겨보기만 하고 어떠한 동작도 취하지 않으니 경박스러운 행동의 참새들은 제풀에 흥이 사라졌는지 어느 순간 간 곳 모르게 떠나갔지만 갇혀있는 신세 처량하게 속을 확 뒤집어 놓아 참새가 앉았던 자리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짓눌러버리네 Found in the Andes mountains and adja..

詩 2014 2014.12.17

널찍한 바다를 꿈꾸며/배 중진

널찍한 바다를 꿈꾸며/배 중진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강치는 바다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좁은 야외 수족관에서 물장구치다 그것도 힘이 벅차다고 세상 모르게 곯아떨어졌는데 적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어미의 숨소리가 들리며 물결치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꿈속에서 헤매네 비린내가 진동하니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고 어미따라 헤엄치고 뛰어내리고 힘이 들면 햇살이 비추는 곳에 너부죽이 앉았다가 드러눕고 세상 편하긴 한데 성장하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젊음을 불태울 막연하나마 널찍한 바다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닌지 가끔 몸부림치는 모습이 안쓰러워라 seal 바다표범, 물개 sea lion 강치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강치는 바다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좁은 야외 수족관에서 물장구치다 그것도 힘이 벅차다고 세상 모르..

詩 2014 2014.12.16

남으로 창을 내겠소/배 중진

남으로 창을 내겠소/배 중진 여름엔 무성한 잎으로 가려져 있었던 둥지가 가을엔 채색된 단풍잎으로 현혹하더니 겨울엔 가을 잎과 함께 덩그러니 놓여 있어 사랑 떠난 보금자리 허무하기만 한데 선택한 나무의 굵기도 높이도 각각 다르고 들락날락했던 문도 달랐으며 사용한 재료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으나 행복한 둥우리였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으리 창을 동으로 내느냐 남으로 내느냐 비록 사소한 다툼이 있었으나 비바람 피하고 적으로부터 안전하며 살기에 편하고 아늑하면 되는 것 아닌가 여러 종류의 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벌써 봄맞이 준비를 하는지 여유 있는 청설모가 느긋하게 옆으로 누워 딴전부리다 남으로 창을 내겠다는 데 불만이 있느냐 다그치며 자세를 똑바로 하고 내려다보는데 행복한 모습이었다 여름엔 무성한 잎으로 가려져 있..

詩 2014 2014.12.16

그리움/배 중진

그리움/배 중진 포용력이 있는 물에는 쌓일 감정이 없는지 눈이 내리자마자 순식간에 서로 융화되지만 그리움이 가득한 대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지는 눈을 어루만지며 오래 포옹하고 급기야는 며칠 묶어가는 듯한 인상을 주니 오래 기다렸다 회포를 푸는 인간과 다를 것이 무엇 있으랴 그리움은 서로 꽁꽁 얼어붙어 이별을 허용치 않으려는 듯 동지섣달 긴긴 밤이 영원했으면 싶으리라 yellowday2014.12.15 06:19 매계절 촉촉히 적셔주던 빗방울 겨울이 추울까봐 포근한 이불되어 대지에 숨은 씨앗을 덮어주고 가네요 불변의 흙2014.12.15 06:20 * 맞춤.* 내 몸에 맞추어 입는 옷은 입기에 편하고 내 발에 맞추어 신는 신은 신기에 편하지. 내 양에 맞추어 먹는 음식은 속이 편하고 내 형편에 맞추어 사..

詩 2014 2014.12.14

어두운 생활/배 중진

어두운 생활/배 중진 산타클로스를 언제 처음 들었는가? 유교, 불교가 만연한 지역에서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고 남들이 빛을 받을 때 어둠에 있었지 싶은데 그때는 그곳이 어둠이었는지 전혀 몰랐으며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도 않았고 따스한 밥을 얻어먹으면서 자연이 가까이 있기에 부족한 것이 없었는데 교육이라는 차원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상상하면서 일찍 세상이 넓다는 것을 느끼고 그 사회의 일원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했는데 지금 자라나는 새싹들과 비교하면 몰라도 너무 몰랐고 동생들과 싸우지만 않으면 된다고 들었으나 자신을 버리고 좋은 일을 하여야 한다는 것을 들은 바 없어 남과 다투고 싸우는 짓은 하지 않지만 어둡게 사는 사람이나 불운한 사람들에게 선뜻 다가가 도움을 주거나 사랑을 베풀지는 ..

詩 2014 2014.12.13

적인가 친구인가/배 중진

적인가 친구인가/배 중진 생각지도 않은 눈이 쏟아지는 아침 새들이 창 가까이 다다른 나무에 자유스럽게 걸터앉아 날개를 다듬다가도 몰려왔다가 몰려가길 몇 차례 했고 사람이 가까이 있는데도 평소와는 달리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찌르레기는 불안한 눈초리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끼리끼리 몰려 있었으며 까마귀들은 여유 있는 모습인데 찌르레기가 날아오르니 까마귀가 소리를 내며 따라 나서지만 그렇다고 공격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도대체 저들의 관계는 무엇일까 잡식성의 까마귀는 고기 맛을 알고 있고 더욱이 찌르레기가 새끼일 때는 둥우리를 공격하여 잔인하게 먹어치우는데 따라다니면서 보호해주는 척하는 것은 고도로 발달한 지능을 소유했기에 친근함을 빌미로 찌르레기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여 이동식 도시락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눈..

詩 2014 2014.12.12

굴뚝으로 오신다는데/배 중진

굴뚝으로 오신다는데/배 중진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꾸역꾸역 하늘로 치솟으니 가까이 있는 나무에는 새들도 찾지 않을뿐더러 성탄절이 다가오면서 아이들은 분명 산타클로스를 기다릴 테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뭐가 좋다고 저 검은 속으로 들어가겠나 언제부터인지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면서도 물질적으로 선물 받기를 원하고 한술 더 뜬 상술은 끝도 없이 타락하여 무엇을 위하여 축하하는지도 모르게 변했으니 아이들에겐 권선징악을 가르쳐 좋은 일을 하도록 장려하고 산타클로스를 아는 나이가 되면 제단 앞에 무릎 꿇고 조용하게 예수님 탄생을 축하했으면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꾸역꾸역 하늘로 치솟으니 가까이 있는 나무에는 새들도 찾지 않을뿐더러 성탄절이 다가오면서 아이들은 분명 산타클로스를 기다릴 테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뭐가 좋다..

詩 2014 2014.12.12

꽉 막힘/배 중진

꽉 막힘/배 중진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 사용하고 버린 물도 막힘없이 흘러가야 하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고 급기야는 멈춰 당황하게 하는지라 급한 대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plunger를 가까스로 찾아내 물이 사방으로 튀어도 힘차게 누르고 눌러 보아도 자연스럽게 흘러야 할 물이 갈 곳을 모른 체하네 정이 들었을 리 만무하건만 도대체 떠나질 않네 시간은 가끔가다 우리의 편이 되기도 하는데 밤을 기다려 물이 빠지길 기다렸지만 품었던 희망은 아침에 여지없이 온데간데없고 한 방울도 더 빠져나간 기색이 보이지 않아 마침내는 배관공을 불러 답답함을 호소했고 가지고 온 Snake는 끝도 없이 들어가 돌아다녔지만 막힌 곳, 원하는 곳을 찾지 못하길 수차례 한 후 확인차 수돗물을..

詩 2014 2014.12.11

눈치 보는 겨울비/배 중진

눈치 보는 겨울비/배 중진 겨울비도 추운 날씨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 잔뜩 싸매고 눈치를 보며 몸 사리고 그토록 추웠던 어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구름만으로 떠돌다 기온이 올라가니 뭐가 좋다고 기세등등하여 사납게 물줄기를 쏟아붓는가 가로등도 꺼질 시간이 지났건만 후줄근한 모습으로 사나운 비 다 맞으며 서 있고 학생들에게도 2시간 늦게 시작한다고 공표했으니 늦잠자는 아이들에겐 이보다 더 단잠도 없겠지만 꿈에도 생각지 못했으리 불행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에게 달려가는 구급요원들은 날씨가 더 나빠도 분초를 다투며 귀중한 생명을 구해야 하니 그들에게 불굴의 정신을 불어넣어 주셨으면 좋겠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춥고 더워도 아무런 방비 없이 집마다 사랑을 배달하는 우편집배원들에겐 따스한 커피 한 잔에도 한 걸음 ..

詩 2014 2014.12.09

Christmas Tree/배 중진

Christmas Tree/배 중진 비가 말끔하게 갠 고속도로를 마음껏 북쪽을 향해 달리면서 평소보다 한가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일요일이라서 그럴까 싶었으며 남쪽으로 내려오는 자동차마다 차 지붕에 Christmas Tree를 주로 한 개씩 싣고 내달리고 있었지만 두 개를 얹고 씽씽 질주하는 차들도 많았는데 가까이 또는 멀리 떨어진 건너편을 신경 쓰며 지나가는 차들을 세기도 하고 누가 먼저 발견하나 한눈팔기도 했지만 도대체 어느 곳에서 사오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자른 나무둥치를 앞쪽으로 해서 신이 났는지 무섭게 달리는 차량을 보면서 가정의 웃음꽃이 오늘부터 환하게 피고 성탄절의 분위기로 이웃을 더욱 사랑할 그들의 모습을 그리며 남쪽으로 같이 내려올 땐 바람에 꼬리 치는 나무를 싼 비닐의 끊임없는 활기찬 요동이..

詩 2014 2014.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