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4 306

눈 내리는 아침/배 중진

눈 내리는 아침/배 중진 밤새 창을 두드렸던 흰 눈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처음 보는 눈은 날카롭고 건조했으며 빠르게 날아와서는 살을 파고 헤집으며 지독한 추위를 선사하더군요 나다니는 차량도 없고 방송에서는 학교가 문을 꽁꽁 닫았으니 밖으로 나오지 말고 집에 있으라며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했지요 살기등등한 바람과 눈은 안하무인격으로 매몰차게 휘몰아치며 마음대로 휘젓고 휘파람 불며 여유까지 부리니 숨죽이고 그들이 달려가는 곳만 비통하게 바라볼 수밖에요 전세를 뒤집기는 아직 시기상조지만 조그마한 공간이라도 보일라치면 어디선가 하나, 둘씩 제설차를 앞세우고 나타나 무서운 폭설과 대적하여 물리치겠지요 그때까지 두문불출하고 방송에 귀 기울이며 꼼짝달싹하지도 않고 있다가 상황을 보아 길거리로 쏟..

詩 2014 2014.01.03

눈 오는 밤/배 중진

눈 오는 밤/배 중진 차가 다녔던 길에도 수북하고 사람이 다녔던 길도 덮어 찻길이 길이고 길이 찻길처럼 보이는데 첫발자국을 남기는 사람도 없이 소리 없이 쏟아지기만 하더니 재미가 없고 심심했던지 느닷없이 강한 강풍을 동반하여 유리창을 쉴새 없이 노크하지만 포근함은 이미 깃들어서 방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조용하게 만들어 눈이 오는데도 반기는 사람은 없고 가로등만 깜빡거리고 텅 빈 거리엔 눈을 치우는 자동차들의 긁는 소리, 미는 소리, 덜컹거리는 소리와 소금을 뿌리는 소리로 작은 도시가 요란하지만 인정사정 보지 않는 눈은 아무렇게나 휘몰아치며 보란 듯이 세상을 하얗게 거침없이 만들어 가네 가로등만 깜빡거리고 텅 빈 거리 아침에 35mph 강풍이 불고 있고 온도는 화씨 6도를 기록하고 있는데 체감온도는 무려 ..

詩 2014 2014.01.03

그래도 또 전진한다/배 중진

그래도 또 전진한다/배 중진 까만 밤사이 도둑괭이처럼 살며시 하얀 은총을 흩뿌리고 지나갔지만 늦게 잠을 잤는데도 감쪽같이 몰랐다가 아침에 보니 천지가 하얗게 변했는데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짐작도 못 해 길이 열리지 않았으며 앞에 간 사람이 만든 자국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따라갈 따름이었다 그는 분명 의도하고 갔겠지만 뒷사람은 그것이 길인 줄 착각하고 한참 따라가다 자기가 가야 할 길이 아님을 뒤미처 생각하고 돌아서니 금년 한해도 나이가 더 먹었다고 쉽게 풀릴 일이 아님을 신년 벽두부터 뼈저리게 느끼면서 눈을 크게 뜨고 정신 바짝 차리자고 다짐하나 흰 눈은 자꾸 쌓여 이젠 길마저 보이지 않아 홀로 터벅터벅 세상을 걷는다. 애초에 길이 있었지만 나에게 딱 맞는 길이 어디 있으랴마는 처음부터 나만의..

詩 2014 2014.01.03

새해를 맞이하여/배 중진

새해를 맞이하여/배 중진 새해를 맞이하는 광란의 시간은 깜깜한 밤이었고 마지막 폭죽이 터지고 연기만 자욱하게 남으면서 일단락을 짓더군요 그리곤 고요만이 흐르길 몇 시간이 지났고 동쪽에서 해가 넘실거렸지만 잠에 취하여 세상 모르다가 일어난 시간엔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해님이 중천에 떠 있어 새롭지도 않았고 달라 보이지도 않았으며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듯합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새롭게 맞이하는 해님을 보며 뭔가 새로워져야 한다는 사명감에 나 자신을 떳떳하게 찾기로 했지요 사람은 한낱 갈대에 지나지 않으며 자연 가운데서도 가장 약한 존재다. 그러나 생각하는 갈대다. Man is no more than a reed, the weakest in nature. But he is a thinking reed...

詩 2014 2014.01.02

환갑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에게/배 중진

환갑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에게/배 중진 오래전 풍문으로 들었고 어렵겠다 생각했는데 출발 시각과 도착 날짜 그리고 탐방지를 제주도로 정했으며 참가 인원이 이제까지 70명이 넘는다는 소식에 가슴이 쿵쾅거려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오 환갑 진갑 지나면 노인으로 취급한다는데 이제껏 선배님들도 해내지 못한 행사를 치른다는 것도 사건이요 240여 명 졸업생 중에 그 많은 동기가 열렬하게 성원하니 이런 기회를 계기로 또 새롭게 힘찬 출발을 하지 않겠는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서로 믿으면서 세월을 확인하고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신체에 깃든다고 매주 등산을 하더니 일보 전진하여 단체로 환갑여행까지 계획하였으니 53년 전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이런 날이 오리라 감히 꿈이나 꿨겠는지 우리가 즐겁게 만나면서도 참가하지 못하는 ..

詩 2014 2013.12.29

靑馬의 친구들에게/배 중진

靑馬의 친구들에게/배 중진 뭐가 뭔지도 모르고 같이 어울려 뛰고, 물어뜯고, 박차면서 고작 6년의 짧은 세월 속에 낯을 익혔지만 평생 서로 잊지 않고 환갑의 갑오년을 맞이하네 잠깐 높은 곳에서 뒤돌아 보면서 우리가 쉬지 않고 달려온 길이 얼마나 되며 크게 남겨 놓은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멋진 삶을 영위할 것인가 생각하고 이젠 색이 허옇게 변한 갈기를 휘날리며 六十而耳順이라 했으니 순리대로 이해하고 마이동풍이듯 이해타산으로 흔들리지 말 것이며 건강하게 후대를 위하여 아름다움을 꾸며보자 청마는 나이가 들었어도 말썽꾸러기, 말괄량이요 우리끼리 만나면 아직도 옛날과 같이 히히거리고 몸은 비록 아픔의 언덕을 넘고 있을지라도 마음만은 팔팔하기 그지없는 청춘이 아니겠는가 오솔길2014.01.01 09:02 안..

詩 2014 2013.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