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2 316

짧아진 가을/배 중진

짧아진 가을/배 중진 고운 단풍을 설레며 기다렸는데 찌푸린 날씨도 참고 기다렸는데 일진광풍이 노도처럼 짓쳐와 밤새도록 휘몰아쳐 공포에 떨게 하더니 아침에 남은 것은 기진맥진하고 쓸쓸한 채 상처투성이의 처절한 나목들 원하던 가을의 그림이 아니었는데 주위엔 넘실거리는 더러운 파도뿐 나의 고운 잎들은 멀리멀리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인간이 만든 지저분한 쓰레기들이 뒤엉켜 아귀다툼하니 내가 아름답게 꿈꾸던 가을의 정경은 어디로 가서 찾아볼 거나 길은 물속으로 안내하고 교량은 끊기고 아직도 우중충한 날씨에 폭우가 쏟아지고 보름달로 말미암은 만조는 또 밀려오니 짧은 가을 이대로 사라져 꿈속에서나마 찾네 궁금한 것이 많은 달은 신비에 휩싸였더니 하나씩 베일이 벗겨지는 모양이군요. 멀리에서 관측하여 그런 사실일 가능성이..

詩 2012 2012.10.30

공포의 밤/배 중진

공포의 밤/배 중진 강물과 바닷물이 무섭게 거리를 누비고 낮은 곳부터 차곡차곡 휩쓸어 가는 칠흑의 밤 낮에는 그래도 볼 수 있었는데 밤엔 어디서 달려들어 삼킬지 낮은 곳이 무척이나 두렵고 억세게 몰아치는 풍랑이 무서운데 이제 시작한 밤이 야속하고 이 긴 밤에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 허리케인 샌디는 어디쯤 가고 있으며 천지개벽이라고 하더니 이런 것인가 강풍에 요동을 치는 나무는 거역할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부동자세로 서서 때리는 대로 다 맞고 살아남기 위하여 버릴 것을 다 버렸다네 yellowday2012.10.30 14:42 어떻게 되었나요. 아 지금은 밤이라 보이지가 않는군요. 제이님은 무사하시겠지요? 오전 9시 반 이후엔 댓글이 없으니 궁금합니다. 인터넷이 끊어진건 아닌지요~~~소식 주세요! 2012..

詩 2012 2012.10.30

우린 동물인가 식물인가/배 중진

우린 동물인가 식물인가/배 중진 위험이 찾아오기에 재해대책본부는 지역주민에게 강제 퇴거 명령을 내렸건만 많은 사람들이 집을 떠나지 않는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오랫동안 정이 들었기에 잃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가끔은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데 지금이 그때가 아닐까 집채보다 높은 거친 파도가 눈앞에서 요동치다 산산조각이 나고 이미 집 근처까지 넘실거리며 쳐들어왔는데도 인간으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희망을 품고 절대자 하느님을 너무 믿는 것인지는 모르되 아끼는 재물은 또다시 모을 수 있는데도 뭉그적거리니 떠날 수 있을 때 떠났으면 뉴욕이 혼란에 빠졌답니다. 흔들리고 있고 젖어가고 있지요. 이런 일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가끔은 잊기도 하면서 보냈는데 이런 환란이 지나가면 또 밝은 태양은 언제였던가 ..

詩 2012 2012.10.30

허리케인 샌디/배 중진

허리케인 샌디/배 중진 나무를 뿌리째 흔드는 소리와 창문을 부술 듯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공포의 까만 밤도 강풍에 밀려 사라진 월요일 아침 뉴욕 일원은 대공황상태로 인간들이 지배했던 장소는 살인적인 바람과 파도가 넘실거리며 앞에 놓인 것을 쓸어가고 모두 삼키니 가을이란 아름다운 말은 쏙 들어가고 살기 위해 두문불출 동정을 살피며 장대비가 퍼붓는 거무죽죽한 하늘을 보며 제발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기를 간절히 빌면서 불안의 시간을 초조하게 보내고 있지만 몰아치는 강풍은 우이독경식으로 들은 체도 하지 않아 전원이 끊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요 공교롭게도 보름달까지 난국에 치명타를 날리네 yellowday2012.10.29 22:26 제이님은 피난 안 가시고 댁에 계시나 봅니다. 괜찮으신지요? 30여분..

詩 2012 2012.10.29

Sandy/배 중진

Sandy/배 중진 라디오와 TV에선 호들갑을 떨지만 토요일 저녁은 무겁게 어둠이 덮쳐왔고 한없이 떨어진 단풍만 버석거리더니 일요일 아침부터 찬 공기의 바람이 심상치 않고 까마귀도 조용하게 나는 것이 아니고 저희끼리 엎치락뒤치락 앞서거니 뒤서거니 빠르게 느리게도 앙칼진 음성을 토하며 매일 가던 곳으로 향하지만 왜 힘들지 않겠나 Sandy는 빠른 속도로 북상 중이며 공교롭게도 캐나다에서 깊게 파고드는 찬 기류와 한통속으로 어우러져 Perfect Storm이 되어 진행방향에 놓인 육천만 인구를 불안케 하며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여 준비하는 주민들 표정 오히려 담담하고 웃음을 띠며 재미있어하지만 다음 주 화요일까지는 천재지변이 누구를 강타할지 아무도 모르고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남기리라 ★이슬이★2012.10..

詩 2012 2012.10.28

납빛/배 중진

납빛/배 중진 혹시나 했는데 창문을 활짝 열고 보니 구름이 잔뜩 찌푸리고 힘없는 빛이 아주 어둡게 깔린 가을 아침 공들여 높이 세운 빌딩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납빛이 되어 초점 없이 허공만 바라보네 안타까운 심정으로 빛이여 조금만 더 외쳐보지만 무겁게 드리운 구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버티니 명색이 단풍의 계절인데 이렇게 끝이 나서야 되겠는가마는 더 한심한 것은 남쪽에서 허리케인이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이요 눈까지 내릴 수 있다는 예보이니 처참한 가을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고 자연 앞에서는 그저 고개 숙여 받아들여야 함을 역시나 배웠다네 오2012.10.27 07:14 정해진 틀속에서의 안정적이고 차분한 가을의 느낌입니다. 즐겁고 건강한 주말되세요. ★이슬이★2012.10.27 08:33 *♥o♥* ★정겨..

詩 2012 2012.10.27

귀뚜라미/배 중진

귀뚜라미/배 중진 비가 오다 그친 밤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단풍잎으로 어두운 길에 차이는 소리에 소리를 멈추지만 풀 옆에서 쓸쓸하게 들려오는 귀뚜라미의 구애 소리 이른 가을에는 정욕이 넘쳐 남보다 모질게 비벼대며 뭇 사랑을 구하더니 다들 원하는 짝을 찾아 뜻을 이뤘겠지만 아직도 찾지 못해 밤이 짧다고 긴 여운을 남기네 날은 점점 추워지고 바람은 모질게 불어올 텐데 지치고 나약한 몸을 어찌 가누려는지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게 하니 깊어가는 가을에 애달픈 소리를 내는 이는 동병상련이요 너뿐만이 아니로고 전진운2012.10.25 22:33 아무리많이 거두어도 역시 가을은 슬픈계절 맞는거같아요 목이기다란 사슴도 보고싶구요...ㅎㅎ 초딩칭구들과잔디밭도 뒹굴고 싶구요...ㅎㅎ 그냥 높은하늘도 가슴시리게 시퍼렇게 보이..

詩 2012 2012.10.25

Mt. Washington/배 중진

Mt. Washington/배 중진 저 멀리 산은 묵직하니 말이 없고 이곳에서는 Cog Railway를 이용하여 낑낑대고 저곳에선 자동차가 꾸불텅한 길을 기어가고 그리고 숱한 사람이 헉헉 걸어서 오르겠지 제일 높은 산 워싱턴을 위시하여 수많은 역대 대통령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바뀔 것이며 후손들은 그곳을 지배하려고 덤비다가 목숨을 잃은 자가 벌써 140명이 넘었고 심장마비, 추락사, 교통사고, 그리고 아사로 무모하게 도전하다 엉뚱하게 귀한 목숨을 바쳤으니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할는지 나무는 알기에 아예 숲을 조성하지 않고 바람이 너무 강한 곳이라 풀조차 자라지 않으며 벌써 흰 눈을 한바탕 흩뿌려 경고를 했고 상상조차 못했는데 정상은 혹독한 살기로 짓쳐온다 yellowday2012.10.25 06:..

詩 2012 2012.10.25

국화가 그리워서/배 중진

국화가 그리워서/배 중진 높은 산 가까이 다가가니 서리가 무상하고 찬 공기를 한껏 들이켜니 알 수 없는 향수가 배어드네 보리밭을 밟듯 푸른 잔디 위를 걸으니 부러지지는 않았으나 자국을 남기고 금세 발이 시리고 손이 얼어 여유작작하던 마음이 경색되네 하늘은 까마득히 높고 이른 아침이건만 새소리 드높아 아름다운 가을을 즐기는지 알 수는 없으나 얼었던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숲을 깨우며 그윽한 향기의 국화가 그리워지고 늦게 피는 국화를 무척 이나도 사랑했던 임 손꼽아 기다리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국화에 묻혀서 먼 길을 떠나셨네 높은 산 가까이 다가가니 서리가 무상하고 찬 공기를 한껏 들이켜니 알 수 없는 향수가 배어드네 보리밭을 밟듯 푸른 잔디 위를 걸으니 부러지지는 않았으나 자국을 남기고 금세 발이 시리고 ..

詩 2012 2012.10.24

가을/배 중진

가을/배 중진 여름이 물러서기도 전에 빠르게 찾아오더니 그 걸음 멈추지 않고 바람에 나무가 처절하게 몸부림치니 속절없이 나뭇잎은 눈물 떨구듯 떨어지네 서로 말은 없었지만 마지막 이별을 준비했기에 가진 것 다 동원하여 아름답게 치장도 해보지만 날마다 초췌한 모습이요 하루 빛 가을 하늘이 아쉽고 세상일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듯 바람마저 불어와 싹 쓸어가네 이리저리 치며 뒹굴다가 멈춰 서서 있던 자리 올려다보지만 그 어디 흔적도 찾을 길 없고 봄부터 무엇을 바라고 달려왔던가 ★이슬이★2012.10.24 06:52 *♥o♥* ★정겨운 이웃님★*♥o♥* 날씨가 무척 쌀쌀해졌습니다 따뜻하게 챙겨입고 감기 조심하세요. 작은 것이라도 주어진 것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 행복하게 지내셔요. 하늘은 더 푸르러 가고, 나무들..

詩 2012 201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