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가을/배 중진 고운 단풍을 설레며 기다렸는데 찌푸린 날씨도 참고 기다렸는데 일진광풍이 노도처럼 짓쳐와 밤새도록 휘몰아쳐 공포에 떨게 하더니 아침에 남은 것은 기진맥진하고 쓸쓸한 채 상처투성이의 처절한 나목들 원하던 가을의 그림이 아니었는데 주위엔 넘실거리는 더러운 파도뿐 나의 고운 잎들은 멀리멀리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인간이 만든 지저분한 쓰레기들이 뒤엉켜 아귀다툼하니 내가 아름답게 꿈꾸던 가을의 정경은 어디로 가서 찾아볼 거나 길은 물속으로 안내하고 교량은 끊기고 아직도 우중충한 날씨에 폭우가 쏟아지고 보름달로 말미암은 만조는 또 밀려오니 짧은 가을 이대로 사라져 꿈속에서나마 찾네 궁금한 것이 많은 달은 신비에 휩싸였더니 하나씩 베일이 벗겨지는 모양이군요. 멀리에서 관측하여 그런 사실일 가능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