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409

돛단배/배중진

돛단배/배중진 저 돛단배를 님과 같이 타고 놀던 때가 있었지요 순풍에 사랑을 싣고 유유자적하던 때가 그립습니다 태양도 따르며 살피고 구름도 숨어서 엿보고 바람도 고요히 숨 쉬고 물결도 살갑게 춤추고 모든 것이 순간이네요 무르익었던 사랑의 순간 영원하리라 생각도 했었는데 일장춘몽인 듯합니다 저 돛단배가 님을 싣고 정처 없이 떠나던 날 강풍으로 사랑은 날아갔고 돌이킬 수 없음을 알았지요 2020.06.10 22:16 임 님

詩 2011 2011.07.01

신이 난 다람쥐/배중진

신이 난 다람쥐/배중진 할아버지의 휘파람 소리는 달랐지요 이곳을 자주 들리는 그는 유명하고 그를 알고 있는 동물들도 많았지요 그러나 듣지 않는 동물들도 있더군요 아무도 없을 때 그는 휘파람을 붑니다 숲 속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작은 다람쥐 질주하여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왔고 손을 정중하게 내밀고 요구하네요 하나의 땅콩을 받아 들고 돌아서서 입속으로 쑤셔 넣습니다 그리곤 돌아서서 또 하나를 빼앗듯 움켜쥐고 재빨리 다른 볼 안으로 밀쳐 넣고 사라지네요 어찌나 빠른지 달려가고 오는 거리 50m는 먼지가 폴폴 일기도 했지요 그의 집은 아마도 까지 않은 땅콩으로 가득 찼고 그의 하루는 풍성하리라 생각했지요 도대체 굴속은 어디에 있을까 궁금도 했고 위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그곳을 기웃거려 방해하고 싶..

詩 2011 2011.07.01

장미/배중진

장미/배중진 멀리에서 보니 꽃에 둘러싸인 듯 남녀노소가 꽃의 낙원에 길을 잃은 듯 형형색색 장미의 종류도 다양하고 탄성으로 자아내는 언어 또한 다 다르더라 향기가 진동하니 벌과 나비가 웽웽거리고 아름다움에 마음들이 산란하다 사랑에 허기진 몸과 마음들 아무리 두 손을 굳게 잡아도 아쉬워라 사랑으로 열정으로 눈은 침침하고 향기에 취했나 강렬한 빛에 쏘였나 점점 더 다가가고 싶고 만지고 싶어라 장미에는 가시가 숨겨있음을 못 느끼겠네 시원한 바람에 향기 흐트러지면서 꽃가루에 범벅이 된 벌이 솟아오름을 보았고 장미 또한 앙탈하듯 몸을 뒤트네 이곳이 몽매에도 그렸던 낙원이라는 곳인가 6/5/2011

詩 2011 2011.07.01

송 서방네 꼬끼오/배 중진

송 서방네 꼬끼오/배 중진 왜 그렇게 불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웃집 수탉이 그들의 쓰러져가는 지붕에 올라 깔보면서 울어 제쳤다는 것과 워낙 게을러 사람들이 깨워야 했다는 설이다 산골 동네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었으며 샘이 있을 리 만무했고 같이 쓰고 있는 이웃의 샘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장본인들 그릇은 왜 그리 자주 깨는지 먹고 자고 아이들은 주렁주렁 매달리고 아이들이 아침에 얻어온 밥을 나눠 먹고 가끔가다 밥상이 마당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집안 술과 담배를 많이 하던 가장이었지 싶다 큰아이가 여자로 태어나자 서운하다 하여 서운히요 둘째는 복스러운 아들이 되었으면 해서 복자라 했지만 한참 밑으로 내려가야 제 아비 닮은 게으른 남자아이가 치마폭에 묻혀 나다녔으며 우악살스러운 그들의 어머니는 힘도 세고 푼수는..

詩 2011 2011.07.01

산딸기의 유혹/배중진

산딸기의 유혹/배중진 소를 몰고 산으로 올라가서 오리나무도 올라가 보고 윙윙거리는 고압선 전봇대도 두드려 보지만 새를 뒤쫓는 재미 또한 무시하지 못하네 다가온 만큼 날아가 앉고 따라오라네 혹시 집이 있을까, 알이 있을까 숨기 장난을 하듯 산을 타다 보면 저 높은 곳에서 빨간색으로 유혹하는 딸기 뛰다 보니 목이 말랐고 뭐래도 마시면 좋겠다 싶은 찰나 어찌 기회를 저버릴 수 있을까 다소 위험이 도사려도 개의치 않는다 보는 사람이 없으니 실수를 한다 해도 무방하리라 간신히 다다라 따 먹으라고 기울인 꼭지에서 떼어내어 입안에 넣은 싱싱한 맛 이곳에서 이것보다 더 맛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빨간색으로 어린 소년의 머리에 깊이 박혀있는 추억이다 5/31/2020 음미 6/05/2021 음미 다시 복사할 것. ..

詩 2011 2011.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