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409

보리수/배중진

보리수/배중진 석가모니가 보리수 밑에서 세속적인 번뇌를 끊고 얻은 깨달음의 경지를 감히 제가 어찌 아리오마는 스님을 믿고 집에 옮기신 어머니의 마음이지요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들은 그저 먹을 게 있다는 그 자체로 행복이었고 달면서도 시고 떫었지만 자꾸 삼켰습니다 우물가 옆에 앵두는 아니었지만 보기가 좋았지요 아침마다 밤마다 그 곁을 지키시는 어머니 어느 날 흘끗 그 아름답고 신실한 모습을 뵈었지요 두 손이 닳도록 빌고 계셨습니다 저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하더군요 꽃이 피고 지고 열매는 빨간색으로 변해가고 수도 없이 맺었다가 떨어지는데 찾아오는 아이들도 없는 오늘 어머니의 수심만 가득 돌고 있음이여 2020.06.23 00:21 불교 신자셨던 어머니가 심으신 보리수에서 많은 열매가 익어갔지만 지금은 그 ..

詩 2011 2011.07.01

살구/배중진

살구/배중진 살구만 보면 친구 생각이 간절하기도 하지요 담 너머에 다닥다닥 달려있는 것이 보기도 좋았고 배가 고팠던 시기에 군침도 돌았겠지 싶기도 합니다 아무도 보지 않자 지나가면서 슬쩍 몇 개 땄으리라 시큼하면서도 달코롬하고 물렁했으며 쪼갤라치면 쉽게 쪼개지면서 먹기도 좋았고 이가 성하던 때는 아무런 두려움이 없었는데 이제는 시기만 하여 온갖 상을 다 찌푸리고 먹고나서는 이가시려 칫솔질도 못하고 며칠 힘들게 보내야 하니 아무리 친구가 좋아하는 과일이라도 삼가하고 있지요 그러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단단하여 변치않고 깊은 곳에 딱딱하게 박혀있고 물렁하면서도 옹골차게 자리잡고 있어 남들은 색깔도 멋져 보기좋다고 하더군요 계절에 따라 잠깐 빛나는 관계가 아니고 싶답니다 2011.11.15 19:47 빛 좋..

詩 2011 201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