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배중진
석가모니가 보리수 밑에서
세속적인 번뇌를 끊고 얻은
깨달음의 경지를 감히 제가 어찌 아리오마는
스님을 믿고 집에 옮기신 어머니의 마음이지요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들은
그저 먹을 게 있다는 그 자체로 행복이었고
달면서도 시고 떫었지만 자꾸 삼켰습니다
우물가 옆에 앵두는 아니었지만 보기가 좋았지요
아침마다 밤마다 그 곁을 지키시는 어머니
어느 날 흘끗 그 아름답고 신실한 모습을 뵈었지요
두 손이 닳도록 빌고 계셨습니다
저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하더군요
꽃이 피고 지고 열매는 빨간색으로 변해가고
수도 없이 맺었다가 떨어지는데
찾아오는 아이들도 없는 오늘
어머니의 수심만 가득 돌고 있음이여
2020.06.23 00:21
불교 신자셨던 어머니가 심으신 보리수에서 많은 열매가 익어갔지만
지금은 그 열매를 따는 사람도 없는 시골집이 되었지요. 91세 가친은
이렇게 뜨거운 날 무얼 하시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불편하신 다리
때문에 활동이 제한되었어도 맑은 정신으로 건강하신 편이지만
보살핌이 필요하신 상태랍니다.
그저 먹을 게
닳도록
*다시 복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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