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신이 난 다람쥐/배중진

배중진 2011. 7. 1. 00:24

신이 난 다람쥐/배중진

할아버지의 휘파람 소리는 달랐지요
이곳을 자주 들리는 그는 유명하고
그를 알고 있는 동물들도 많았지요
그러나 듣지 않는 동물들도 있더군요

아무도 없을 때 그는 휘파람을 붑니다
숲 속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작은 다람쥐
질주하여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왔고
손을 정중하게 내밀고 요구하네요

하나의 땅콩을 받아 들고 돌아서서
입속으로 쑤셔 넣습니다 

그리곤 돌아서서 또 하나를 빼앗듯 움켜쥐고
재빨리 다른 볼 안으로 밀쳐 넣고 사라지네요

어찌나 빠른지 달려가고 오는 거리 50m는
먼지가 폴폴 일기도 했지요
그의 집은 아마도 까지 않은 땅콩으로 가득 찼고
그의 하루는 풍성하리라 생각했지요

도대체 굴속은 어디에 있을까 궁금도 했고
위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그곳을 기웃거려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답니다
아마도 그는 어미가 아니었을까

그런 와중에도 무소유의 다람쥐는
전혀 휘파람 소리에 개의치 않았고
딴전을 피우고 있었으니 그는 아버지이거나
농땡이 치는 오빠 다람쥐가 아닐는지

 

2020.06.10 14:54

다시 복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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