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148

흔적없는 포도송이/배중진

흔적없는 포도송이/배중진 길고 무더운 여름이 서서히 물러갈 즈음 갈증에 몸부림 치는 아이들이 있었다 참이, 수박, 오이, 가지, 복숭아로도 가시지 않았던 목마름 탐스럽고 진한 보랏빛으로 가지가 찢어지게 잡아땡기고 있는 모습 알알이 박혀있는 알만큼 사연이 많이 있으리라 그곳엔 우리들의 얘기도 담아 있겠지 게걸스레 집어 삼키는 동생들앞에 한알씩 집어 맛을 음미하는 나로서는 많은 이야기를 빼앗기고 있어 성큼 한송이를 집어 돌아선다 달려드는 눈총 뒤로하고 천천히 맛을 입가에 간직하며 주위엔 씨도 없고 껍질도 없이 그많은 포도가 사라진것을 알았다네 동생들의 손놀림이 얼마나 빠른지 송이를 같이 놓고 먹다 보면 손해가 됨을 여실히 알고 있기에 배당된 포도송이를 아예 처음부터 애지중지하며 내 고유방식대로 껍질 속까지 ..

詩 2009 2011.03.16

고양이, 비제이/배중진

고양이, 비제이/배중진 달이 있고 어둠이 스미고 칼날 바람이 있었으며 날카롭게 찔러 들어올때를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자다 말다 달을 쫒아 내려왔다 그 칠흑의 길을 고양이 목에 걸려있는 방울소리 따라서 이 녀석도 아는지 모르는지 적당한 거리를 내주고 밟히지 않는 선에서 촐랑거리며 내려가는데 어리석은 인간을 비웃는다 장님과 무엇이 다를까 보이지 않으니 한대 후려칠까? 그런줄도 모르고 조심스레 따라 내려온다 커피부터 끓이고 고양이는 이른 아침부터 챙기고 이어 중요한 일을 마치고 보이지 않게 덮고 조용히 아침을 사색하네 포근한 모습으로 대단한 추위가 산중을 휩쓸고 거센 눈보라가 두텁게 내리깔린 하얀 아침이 멍청하게도 좋아 보였다 9/1/2009

詩 2009 2011.03.16

고양이의 재롱과 새벽/배중진

고양이의 재롱과 새벽/배중진 간밤의 사나운 바람에도 살아남아 밝아오는 햇살로 잠이 깨고 얼은 몸을 녹이고 있네 수많은 세월 지내며 나름대로 터득한 삶의 지혜 모처럼 객이 찾아와 인사를 서로 나누고 모락 모락 김이 오르는 커피잔의 향을 서로 나누네 저 검은 녀석도 간밤을 잘 보냈는지 모든것이 그래도 흐르고 있는 이 깊은 산중에 너와 나 만나는 이 기쁨 흐르지 않으면 어찌 만날 수 있었을까 모든것이 찰나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인연은 대단했던게야 또 다시 서로가 갈길이 놓여있지만 소중함을 간직하고 이 산중에도 새벽이 있음을 잊어서는 아니되겠지, 비록 바람결의 만남이라도 9/1/09

詩 2009 2011.03.16

거울이었네/배 중진

거울이었네/배 중진 퀘벡시, 캐나다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려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골목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알아보니 예약이 되어 있기에 미안하다는 말만 한다 우린 빨리 마치고 나갈 테니 그래도? 시간을 다시 확인하더니 좀 이른 시간이기에 가능하다며 멋진 곳으로 안내하더라 이때 저편에서 나를 뚫어지게 보는 사람이 있어 민망하게 눈길을 피하고 메뉴를 보는척하다가 살그머니 살폈더니 그도 살그머니 다시 메뉴판으로 눈길을 돌리고 잡다한 이야기 횡설수설 무슨 이야기가 흘렀는지 궁금해서 앞쪽을 보니 그도 궁금한 눈초리로 왜 내가 하는 대로 따라 할까 옷도 언뜻 보니 비슷하고 생김새도 닮은듯하던데 몸집이 나보다 더 크니 다시 쳐다볼 용기가 잊고 웃기로 했다 보거나 말거나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가면 그뿐이기에 태도를..

詩 2009 2011.03.16

친구/배중진

친구/배중진 길고도 짧은 생을 반추하면서 알게 모르게 지나친 수 많은 사람들중에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네 처음 말이 없어 무척이나도 답답한 심정이었지 텅 빈 공간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주절주절 뭐라도 밷어냈으면 했는데 그대는 한숨만 내쉬고 있었으니 나머지는 내몫이었고.. 미안하네 친구여 내가 잘하는것도 한숨이었으니 둘이서 공간에서 만드는소리로 세상은 꺼져가고 나중에 알았지 말이없어도 통하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일찌기 세상을 알았던거지 지금도 눈앞에 어른거리는 친구야 눈빛만으로도 정이 통하니 우린 영원한 친구라 하더군 9/4/2009 1:18 PM *친구는.. 일생 동안 친구 하나면 족하다. 둘은 많고 셋은 거의 불가능 하다. -H. Adams- 친구는 우리의 삶에서 매우 ..

詩 2009 2011.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