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는 아직도 꽁꽁/배 중진 호수는 아직도 꽁꽁/배 중진 굉장한 한파가 오래 지체하다 쓰윽 물러간 뒤 동장군도 미안했던지 따스하게 위로의 빛을 한바탕 쏟아내 어떤 이는 감사하다고 했고 다른 이는 살만하다고 하기에 그런가 싶었어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파 맛있게 점심을 먹고 자주 드라이브하던 호숫.. 詩 2018 2018.01.30
주사위는 던져졌고/배 중진 주사위는 던져졌고/배 중진 사랑하는 사람이 머리가 길다고 잔소리를 하나 머리를 짧게 깎을 때마다 감기 기운이 스며들어 겨울엔 가능하면 길도록 내버려 두는데 자신이 생각해도 길어 보기 싫고 관리하기도 어려웠으나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는 기간이 길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 詩 2018 2018.01.25
베고니아가 핀 것도 모르고/배 중진 베고니아가 핀 것도 모르고/배 중진 이제나저제나 사랑스러운 꽃이 피길 기다렸는데 아무 소식이 없어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아, 글쎄 벌써 피었음을 왜 몰랐던가 오늘은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좀 더 가까이 다가섰는데 갑자기 보이더라니까 그동안 베고니아는 매우 섭섭하여 아마도 .. 詩 2018 2018.01.21
빈 의자/배 중진 빈 의자/배 중진 전화기로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의사의 말씀이라지만 무척 미안해하는 떨림이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성탄절 축하 회식 참석 여부가 오리무중이었어도 단념하지 않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 그렇게 우리 사이는 침묵이 흘렀고 그것이 마지막이 될 .. 詩 2018 2018.01.20
앙금은 사라지고/배 중진 앙금은 사라지고/배 중진 잠결에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흰 눈이 찾아왔는가 창밖을 내다보니 흰색이 아니고 우중충한 모습이요 아무도 없는 곳에 신호등도 졸린 지 껌뻑거리네 그렇게도 기세 당당한 찬바람이 오다가 뜻하지 않은 옛 연인을 만나 앙칼진 마음 사라지고 이별의 서.. 詩 2018 2018.01.18
눈이 내린다기에/배 중진 눈이 내린다기에/배 중진 눈이 내린다는 예보에 자꾸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어디쯤일까 봄날을 기다리듯이 말입니다 따스한 봄빛은 바람을 포근하게 안고 왔지만 무서운 폭설은 바람에 떠밀려서 징징 울 테고 어둠도 슬그머니 제풀에 깔려 인간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보이지 않는 세상.. 詩 2018 2018.01.17
어느 해외 입양인의 쓸쓸한 죽음/배 중진 어느 해외 입양인의 쓸쓸한 죽음/배 중진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태어나자마자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되 또 부모로부터 사랑 대신 버림을 받은 사람 낳은 정도 정이지만 기른 정도 정이라서 생김새가 달라도 열심히 살았건만 도무지 동화될 수 없는 환경에서 좌절하다 지구 저편 .. 詩 2018 2018.01.12
무서운 밤/배 중진 무서운 밤/배 중진 흰 눈이 까불거리고 있었어요 바람 앞에서 재롱도 피우고 시시덕거리더니 어느 순간 추위를 느꼈는가 봐요 어느 곳으로 숨긴 숨어야겠는데 어두워 잘 보이지도 않아 미친 듯이 헤맸답니다 희미한 불빛이 보이고 외로운 밤 홀로 지새우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창문을 .. 詩 2018 2018.01.09
하필이면/배 중진 하필이면/배 중진 친구는 시력이 좋지 않아 이 친구 저 친구의 말을 듣고 안과의사와 최종적으로 상의하여 새로운 해가 시작하자마자 밝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자 하는 염원으로 엄동설한이지만 날짜까지 잡고 절차에 따라 안약 두 종류를 하루에 8번 넣으면서 착실하게 백내장 수술받을 .. 詩 2018 2018.01.07
검은 고양이/배 중진 검은 고양이/배 중진 검은 고양이 Black Jack은 보통 비 제이라고 불리는데 사실은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아 갈 곳 없는 영혼이었고 한쪽 눈까지 멀었으며 날카로운 발톱은 뽑혀 야생에서는 적응할 수 없어 불쌍하게 생각한 친구가 멀리에서 데려와 키우길 십여 년이 넘었는데 오늘같이 많은 .. 詩 2018 2018.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