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고니아가 핀 것도 모르고/배 중진
이제나저제나
사랑스러운 꽃이 피길 기다렸는데
아무 소식이 없어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아, 글쎄
벌써 피었음을 왜 몰랐던가
오늘은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좀 더 가까이 다가섰는데
갑자기 보이더라니까
그동안 베고니아는 매우 섭섭하여
아마도 창밖의 까마귀가
자유스럽게 훨훨 날아다니는 것을
부러운 듯 구경하다가
갑자기 인기척에 흠칫 놀라
뒤를 돌아다보는 순간
우린 서로를 확인하게 된 것이 아닐까
겸연쩍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뽀얗게 산고를 치른 산모처럼
수줍음과 자랑스러움이 교차하면서
맑은 모습의 대견함
같은 1월
영영 지구를 떠난 친구가 생각나고
선물로 남겨놓았기에
친구인 양 더욱 애착이 갔었는데
요즈음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기에
자랑스럽게 핀 것도 몰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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