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베고니아가 핀 것도 모르고/배 중진

배중진 2018. 1. 21. 02:21

베고니아가 핀 것도 모르고/배 중진


이제나저제나

사랑스러운 꽃이 피길 기다렸는데

아무 소식이 없어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아, 글쎄

벌써 피었음을 왜 몰랐던가


오늘은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좀 더 가까이 다가섰는데

갑자기 보이더라니까


그동안 베고니아는 매우 섭섭하여

아마도 창밖의 까마귀가

자유스럽게 훨훨 날아다니는 것을

부러운 듯 구경하다가


갑자기 인기척에 흠칫 놀라

뒤를 돌아다보는 순간

우린 서로를 확인하게 된 것이 아닐까 


겸연쩍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뽀얗게 산고를 치른 산모처럼

수줍음과 자랑스러움이 교차하면서

맑은 모습의 대견함


같은 1월

영영 지구를 떠난 친구가 생각나고

선물로 남겨놓았기에

친구인 양 더욱 애착이 갔었는데

요즈음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기에

자랑스럽게 핀 것도 몰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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