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하필이면/배 중진

배중진 2018. 1. 7. 03:57

하필이면/배 중진


친구는 시력이 좋지 않아

이 친구 저 친구의 말을 듣고

안과의사와 최종적으로 상의하여

새로운 해가 시작하자마자

밝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자 하는 염원으로

엄동설한이지만 날짜까지 잡고


절차에 따라 

안약 두 종류를 하루에 8번 넣으면서

착실하게 백내장 수술받을 준비를 했으며


수술받을 장소까지 미리 찾아가

이동시간이 얼마나 걸리며

주차는 어디에다 할 것인지까지 확인하고

조용하면서도 두려움에 젖었지만

남에게 소심함을 보이지 않으려

애써 활달한 모습을 보였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폭설이 쏟아진다고 

일주일 연기하자는 전화가 걸려와

낙심천만이었으나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준비하던 사람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고


척추 수술을 받으려고 마취까지 했는데

천장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모든 것을 중단한 것도 모르고

깨어나서야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음을 알고

황당해했던 친구에 비교하면 천만다행이지 않겠는가


천재지변이 발생할 수 있는 비율이 높은 겨울에 

중대하고 위급한 수술을 제때에 받는다는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니


재삼재사 숙고하여

시간을 재촉하는 병이 아니라면

날씨가 좋은 계절이 좋지 않을까


친구는 다시 무릎을 꿇고

아무런 사고 없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간절히 소망하며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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