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검은 고양이/배 중진

배중진 2018. 1. 5. 04:01

검은 고양이/배 중진


검은 고양이 Black Jack은

보통 비 제이라고 불리는데

사실은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아

갈 곳 없는 영혼이었고

한쪽 눈까지 멀었으며

날카로운 발톱은 뽑혀

야생에서는 적응할 수 없어

불쌍하게 생각한 친구가

멀리에서 데려와 키우길 십여 년이 넘었는데


오늘같이 많은 친구가 초청된 날

나와서 인사도 하지 않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쌔근쌔근 낮잠을 자고 있어

건드려도 꿈쩍하지 않으니

알다가도 모르겠다


저 자신을 잊고 산 지가 오래돼

동물을 사랑하는 엄마가

야생고양이를 위해 먹이를 내놓고

물이라도 줄라치면

어찌나 질투가 심한지

촐랑거리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으르렁거리니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과거를 잊고 까불거리며

경거망동이라도 하는 날엔

엄마는 그동안의 정이고 사랑이고를 따지지 않고

이 추운 동지섣달에

밖으로 쫓아낸다고도 하지 않던가


어서, 좋은 말 할 때

이불 속에서 기어 나와

인사도 하고

애교도 떨고

재롱도 부리면 얼마나 좋겠는지

고집불통, 비 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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