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폭풍전야/배 중진

배중진 2018. 1. 4. 15:37

폭풍전야/배 중진


폭설이 쏟아진다고 하니
길에서는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고
추위에 움츠린 참새의 모습이 안쓰러워도
눈이 내릴 거라는 이야기를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누구나 예보를 알고 있기에
사재기하느라 법석인 진풍경을 보고
어느 정도 눈치챌 수도 있으련만
가진 것 없는 불쌍한 새에게 예비하라고 한다고 해서
더 준비할 것이 또 있겠는가


고요하다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불길함이다


조금 있으면 섬뜩한 칼바람이 불어올 테고
쌓인 눈으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볼 테지만


혼자서 깜빡깜빡하며
빠르게 변하는 경고성 신호등만이
미지의 세계를
담금질하고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교차로의 신호등은
시큰둥한 모습이다


모든 상황을 내려다보며 두려워하나
아무런 낌새를 채지 못하여
참새처럼 예비하지 않고
꿈나라로 향하려 한다

'詩 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서운 밤/배 중진  (0) 2018.01.09
하필이면/배 중진  (0) 2018.01.07
검은 고양이/배 중진  (0) 2018.01.05
사랑/배 중진  (0) 2018.01.05
황금 개띠 동생에게/배 중진  (0) 2018.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