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4 306

저녁노을을 바라보며/배 중진

저녁노을을 바라보며/배 중진 찬란한 아침을 맞이하여 안하무인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듯 호들갑을 떨던 때도 있었고 지글거리는 태양과 함께 장소 가리지 않고 어디든지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불같이 일하며 땀을 쏟던 때도 있었음을 기억하고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바라보면서 못다 이룬 꿈을 얇디얇은 구름같이 펼쳐 보이지만 피식 담금질하듯 먹구름 되어 사라지는 아름다움을 보면서 이만한 하루가 있음에 치사하고 이렇게 감동 받을 수 있는 날씨에 찬사 보내고 이렇다 할 큰일 없이 무사하게 보냄은 후사임을 알아차리면서 이런 것이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므로 모든 분에게 감사드리네 jomunho2014.10.13 00:18 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른 사람 기분도 좋아집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기분이 나빠지는 ..

詩 2014 2014.10.12

아직도 매미가 있었네/배 중진

아직도 매미가 있었네/배 중진 상수리나무에서 상수리가 막 떨어질 때 재수 없었던 매미가 상수리에 맞아떨어진 것이 8/11/2014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몰라 발이 움직이는 듯하여 나무에 혹시나 해서 올려놓았었는데 다음날 희망을 품고 그 나무 밑으로 갔더니 어디로 갔는지 행방불명이었고 제발 살아 있기를 빌었는데 그동안 부르짖는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고 기온도 많이 떨어져 그렇게 그들은 무척이나 조용히 한 해를 마무리하는구나 생각하고 잊었더니 오늘 10/11/2014 2개월 동안 소리가 들리지 않았었기에 사라졌다고 생각했었는데 가을비가 내리고 추운 날씨에 가을 잎이 무척이나 떨어지던 날 오후 늦게 비가 그쳐 공원에 나갔더니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그림자도 볼 수 없어 몇 바퀴를 잰걸음으로 돌다가 무심코 발밑..

詩 2014 2014.10.12

둥구나무/배 중진

둥구나무/배 중진 산책하다가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 낮은 울타리 안을 살폈더니 한 아이는 나무에 올라가 있고 밑에 있는 4명의 아이들은 공을 차고 있었으며 공을 차면서 지르는 소리가 떠들썩했는데 사내아이는 높지 않은 작은 가지의 나무 위에서 발을 뻗어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었고 작은 손으로 가느다란 가지를 단단히 움켜쥐어 안전해 보였으며 얼굴을 살피면서 겁을 먹었는지 상태를 보았는데 웃음기가 돌기에 무섭지는 않은 모양이더군요 그 아이를 보면서 어렸을 적에 둥구나무에 오르려고 기를 쓰던 생각이 났답니다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손이 닿는 높이의 구멍마다 쇠똥을 발라놔 잡고 올라갈 수도 없게 하였으며 간신히 어찌어찌 해서 올라가 넓은 공간에 앉았다가 내려올 때는 손에 땀이 나고 발바닥이 간질거려 도저히 무서워..

詩 2014 2014.10.12

가을비/배 중진

가을비/배 중진 누렇게 들판은 벼가 익어가고 황금을 거둬들이기로 했던 날 하느님은 심통을 부리시는지 써늘한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려 방안에서 엎드려 사죄드리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혼자만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고 행실을 똑바로 하고 마음도 깨끗하게 먹어야 할 것이며 자칫 엉뚱한 마음을 품는다면 하늘이 알아 천벌을 내리기에 바람 소리, 천둥소리에도 겁을 먹고 가뭄과 홍수가 발생하면 죄지은 듯 벌벌 떨며 고개 숙이고 풍년이 들면 잊지 않고 봉헌하며 감사함의 예를 올리는데 가을비가 내려 좋을 것은 없으며 아쉽기도 하고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도 누군가에겐 긴요하겠다는 생각으로 위안 삼고 봄철을 겪고 여름을 보내면서 성숙한 몸짓으로 혹여 잘..

詩 2014 2014.10.11

밤새 안녕/배 중진

밤새 안녕/배 중진 영화를 보고 난 후 눈이 간지러움을 느꼈지만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충혈되어 불편했고 쓰라렸으며 어쩔 수 없이 일찍 잠자리에 들어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는데 전등불을 끄고 나니 몰랐던 가로등 빛이 깊숙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으며 그것들이 켜져 있는 것조차도 느끼지 못했다가 어두운 방 안으로 들어온 불빛을 바라보면서 눈을 감았다가 떴다 하길 몇 번 살아 있으니 감는 것도 뜨는 것도 의지대로 하지 죽으면 누군가 쓰다듬어 내리겠지 생각도 하는데 괘종시계는 덜컥덜컥 시간을 재촉하다가 45분이라고 종을 치면서 어둠에 휩싸였으며 그 이후는 생각도 나지 않고 어느 고향길을 걷고 있는데 모든 것이 눈에 익어 얼마나 그리웠던 풍경이던가 걷고 또 걷고 깔깔거리며 맘껏 쉬다가 돌아온 아..

詩 2014 2014.10.10

호박/배 중진

호박/배 중진 어렸을 땐 둥글둥글 둥근 호박만 알고 있었고 세상도 무리가 없이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각박한 세상을 어렵게 배우면서 철들고 나니 세상엔 둥근 호박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 언덕, 시냇가, 산모퉁이, 밭과 밭 사이에 먹을 것을 빼곡히 심은 밭엔 들어가지도 못하고 자투리 공간에 심어 처음엔 정성을 들이다가도 언제부턴가 내버려 두어도 잘만 자라는 호박 찬밥 대우에 화가 치밀었는지 걷잡을 수 없도록 세를 불려 나가며 어마어마한 크기로 보란 듯이 자라나서 인간에게 말없이 던지는 의미 있는 황금색은 밭과 둑을 밤낮으로 지키다가 보이지 않는 악마의 침입을 지키라고 대문 앞에 모셔 놓지만 도덕성 없고 물자 흔한 가정에서 아무렇게 자란 아이들이나 올바르게 모난 곳 없이 자라 두루뭉술한 세상 만들..

詩 2014 2014.10.08

농자 천하지대본/배 중진

농자 천하지대본/배 중진 호박을 보면 참외가 생각나고 참외를 보면 누런 호박이 생각나고 호박이 탐스럽게 열려 익어가니 사과도 주렁주렁 달려 익어가네 주말에 북적이던 인파의 잔재는 월요일에 흙먼지로 날아 하늘을 덮고 그 먼지를 피해 숨을 멈추고 바람이 이는 반대방향으로 섰지만 가슴이 답답하고 껄끄러움을 떨구지는 못했어도 트랙터가 다니는 곳을 피해 깊숙이 들어가면 새들만이 인간을 피해서 도망가고 시고 달코롬한 사과 맛을 생각하며 군침을 흘리지만 달린 그대로 보는 것도 매우 즐겁다가도 앞을 보면 또 새롭고 옆을 보면 더 크고 뒤를 보면 무척 아쉬워 위를 보며 애써 탐욕 날려버리네 메밀꽃이 만발했던 곳은 사과 묘목으로 가득 찼고 작은 나무를 지탱하고 보호하는 방충망에 가을바람 찬바람이 몰려가면서 참새들의 지저귐..

詩 2014 2014.10.07

과수원/배 중진

과수원/배 중진 농촌에서 자랐어도 과일이라곤 하나도 없었고 쌀과 보리쌀을 가져다주고 딸기, 복숭아, 참외, 사과, 그리고 포도로 바꿔오곤 했었는데 가을만 되면 농촌 분위기가 더욱 그리워 먼 곳에 있는 과수원을 때맞춰 찾아가서 자나 깨나 주인이 피땀 흘려 가꾼 과일들을 내 것인 양 만져보는데 손에 닿는 감촉이란 말로 형언하기 어렵고 발에 치여 굴러다니는 과일이 너무 많아 죄스럽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과수를 거칠게 다뤄 송구하고 코에 스치는 냄새로 떨어진 과일들의 상한 정도를 측정하는데 인건비가 비싸니 손님이 직접 딸 수 있도록 허용하고 방문한 아이들은 과수원에서 갖가지 체험할 수 있어 모두에게 득이 되며 진정한 가을을 사랑하는 마음이라 하늘은 더욱 높게 보이고 풍요로운지 발랄한 모습이네 농촌에서 자랐..

詩 2014 2014.10.07

기러기는 개를 두려워하지만/배 중진

기러기는 개를 두려워하지만/배 중진 사람들이 즐겁게 찾아오는 바닷가에는 기러기도 멋지게 날아와서 공간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살아가는데 아이들이나 말썽 피우는 사람이 아니라면 인간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소통하고 있는 새들에게 호감을 느끼며 삶의 방식을 존경도 하는데 갑자기 맹렬하게 풀을 뜯던 동작을 멈추고 누군가가 지르는 경고음을 듣고서 불안한지 고개를 곧추세워 경계하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고 격렬하게 날개를 치면서 황망하게 멀찌감치 자리를 피했는데 물 위에서 파도에 휩쓸리면서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떠다니기에 먹다 남긴 것이 아쉬워 다시 돌아와 주기를 오래 기다렸지만 좀처럼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씁쓰레하면서도 ..

詩 2014 2014.10.06

맨해튼의 한인 꽃차 행진/배 중진

맨해튼의 한인 꽃차 행진/배 중진 꼬박 일 년을 기다려 한국인의 위상을 만방에 드높일 절호의 기회로 올해 34회째를 맞이하는 한인 퍼레이드가 열리는 날 장대비가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꽹과리 소리, 북소리, 징소리, 장구 소리는 맨해튼의 지축을 흔들고 취타대는 폐부를 깊숙이 찌르듯 민족의식을 고취하며 우리의 풍물소리에 덩실덩실 절로 신이 났었는데 꽃차에 타고 기뻐할 우리의 다음 세대 어린아이들이 안쓰럽고 관중들이야 집에서 나오지 않으면 된다 그렇다 치고 행사를 주관하는 분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하늘을 원망하겠지만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잠시 가을비가 기적같이 멈춰 행사시간에는 날씨가 개었으면 하면서도 무심하게 쏟아지는 절망의 빗줄기에 일 년 계획 ..

詩 2014 2014.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