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4 306

단풍이 지니/배 중진

단풍이 지니/배 중진 단풍같이 고왔던 얼굴이 사라지고 나무 본연의 색깔이 나타나면서 점점 싸늘해지는 그대 마음 어찌하면 돌이킬 수 있겠는지 어린잎이 나올 때 피기 시작했던 사랑 추위와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았었는데 아름다움이 절정에 도달했을 때 왜 이별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앙상한 나뭇가지를 세세히 살피며 나름대로 진면목을 보았지만 결점도 실수도 덮을 수 있었던 단풍잎이 떨어지니 감출 것이 없어 우린 스치고 지나가는 사이 돼버렸네 과거는 흘러갔고 추억만 남았으며 지저분하게 흐트러져 쌓인 낙엽을 보면서 계절은 다시 돌아온다 여기지만 너와 나는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는구나 자상했던 모습 거칠어지고 고왔던 얼굴 노기에 찼으며 믿었던 마음 믿을 수 없게 되니 더 상처받기 전에 우린 떠나는 것이 좋으리 진면목..

詩 2014 2014.11.07

눈물인지 빗물인지/배 중진

눈물인지 빗물인지/배 중진 가을이 되니 더욱 생각나는 분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하셔 같이 여행했었기에 갔던 곳을 또 돌아보면서 행여나 임의 발자취 남아 있을까 더듬어 보네 20여 일 중에 미국과 캐나다 동부 쪽으로 7박 8일 동안 하루 24시간 내내 같이 움직였기에 18년이 지난 시점에서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토론토의 CN 타워를 잊지 않았고 유리바닥 위를 두려워 걷지 못하시던 모습이 생생한데 남들은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라고 하지만 낭떠러지 위에 서 있는 느낌이신지 손을 잡아 드려도 벌벌 떠셨는데 젊은 사람들이 눕고 해괴하게 기어 다니며 만용의 몸부림을 치지만 연세 드신 분들이 막무가내로 올라서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어머니와 똑같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어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창가에 서..

詩 2014 2014.11.06

날개를 접은 철새/배 중진

날개를 접은 철새/배 중진 미국이라는 나라 꿈에서도 생각지 않았는데 어느덧 30년이 넘어 한국에서 살았던 세월보다 더 길고 이젠 밤마다 한국에 대해 꿈을 꾸게 될 줄이야 철새처럼 끝없이 날아왔다 날아가고 하길 수차례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모습이요 남들처럼 되바라지지도 못해서 최고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지역에서 두리뭉실 살아가는 모습이 답답하기도 한데 욕심을 저버리니 구태여 더 나은 환경을 찾지 않아도 되고 있는 자리에서 몸만 굴리면 되니 높이 날아야만 했던 젊은 시절이 부러운 것만은 아니더라 날개를 접은 철새 캐나다 구스도 잘 지내는 것을 보며 종종 공원에 나가 그들과 어울려 동정을 살피고 가끔은 텃새들의 눈총도 받지만 낯선 땅에서도 정들면 세상살이 별 차이는 없으리 jomunho..

詩 2014 2014.11.02

건강했으면/배 중진

건강했으면/배 중진 처음 보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오셨고 우린 같은 민족이라서 미국 동부 쪽 여행을 함께하게 되었는데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지만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얼굴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눈인사만 하고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맞은 편에 앉으신 중년의 작은 남자분은 바짝 마른 편이었고 혈색이 좋지 않았으며 보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혈당을 측정하시며 상위에 피가 묻은 test strip을 올려놓아 못 본 척했는데도 허리띠를 풀어 바지를 조금 내리곤 결과에 따라 정확한 양의 인슐린을 주사하는데 멋쩍어도 떨치며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 당뇨병에 대하여 말씀드리고 먹는 것에 신경 많이 써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앓고 있기에 동조하면서 조심하라고 덧붙였는데 은근슬쩍 화장실에 가서 조사한다거..

詩 2014 2014.11.02

행복한 기다림/배 중진

행복한 기다림/배 중진 날마다 창문을 통해 먼 산을 바라보면서 이제나저제나 단풍이 짓쳐오길 기다리지요 그런 기다림 조롱이라도 하듯 구름이 밝았던 마음을 을씨년스럽게 하고 바람이 나뭇잎을 떨궈 황량하게 했으며 가을비 사납게 내려 뚝뚝 가슴앓이하지만 힘차게 달려올 임을 생각하며 오늘도 내일도 포기하지 않고 미약한 심장 파닥거려도 화려한 임을 맞이하려 몸단장을 하렵니다 jomunho2014.10.24 23:43 블친님의 블로그로 가을은 무르익고 가을이 무르익어 단풍으로 말을하고 행락객들 즐거움에 가는 가을 실감하고 낙옆은 눕고 빗자루는 바쁘고 몸 춥고 가을은 가려하고 그래도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행복하세요. 알 수 없는 사용자2014.10.25 16:16 경기도 양주에서 남침용땅꿀의 실체가 드디어 드러나 크나..

詩 2014 2014.10.24

격렬/배 중진

격렬/배 중진 탱크 한 대를 에워싸고 벌어지는 무참한 전투에서 기적처럼 살아나는 보조 탱크 운전병 짧은 훈련을 받고 앳된 나이로 역전의 노장들과 섞인 비참한 전쟁터에서 적을 무조건 살상하라는 명령에 목숨을 바꾼다 하여도 불복종하더니 참혹하고 잔인한 전투를 치르면서 점점 용감무쌍한 투사로 변해가고 적을 증오하며 투철하게 임무를 수행하다가 극적으로 구조되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니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져 빠른 걸음으로 집에 헐떡거리며 당도하자마자 소나기가 되어 결렬하게 유리창을 때리고 점점 아름답게 단풍 들고 있는 나무들을 흔드니 무섭게 발광하며 처절한 울음소리를 냈고 밤새 희미한 건물 등불, 가로 등불과 얼룩져 격노한 바깥세상이 보이지 않아 이렇게 단풍의 계절이 허무하게 지나가나 아쉽고 안쓰러운 마음이었다가..

詩 2014 2014.10.23

가장 추운 가을 아침/배 중진

가장 추운 가을 아침/배 중진 어제 그렇게 요란하게 불었던 바람이 미안했던지 고요하고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 단풍도 바짝 얼었는지 꼼짝하지 않네 일출을 보려고 기다렸는데 산도 아닌 것이 가로막아 시간이 많이 지나도 보이지 않더니 나올 즈음엔 구름도 멀리 떠나 별 볼 일 없어 시큰둥했고 이런 날은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오늘은 단풍을 구경한답시고 북쪽으로 일찍 떠나는 날 청개구리의 심보인가 엄니의 말씀 듣지 않고 마냥 철없이 달려가니 단풍이 반겨줄 리 만무요 구름이 심술부릴 것은 뻔한 이치이나 그래도 떠나면서 싱숭생숭한 가을 아침이다 엄마 10/20/2014 Mohonk Mountain House yellowday2014.10.22 06:13 단풍구경을 제대로 하시는군요. 여긴 이제 조금씩 물들어 가..

詩 2014 2014.10.21

가을바람/배 중진

가을바람/배 중진 간밤부터 바람이 강하게 불더니 단풍이 심하게 사각거리고 낙엽이 멋대로 나뒹구는데 여름을 뒤로하고 겨울로 가까이 가면서 가을이 반 토막 넘어갔으니 사나운 바람이 부는 것도 무리는 아닌데 단풍은 얼굴을 세차게 후려치고 낙엽은 정강이 걷어차며 갈 길을 막아 눈시울 적시게 하여 그렇잖아도 떨어지는 것으로 상한 가슴 심란하게 하면서도 고독함과 쓸쓸함이 쓸려오는데 하늘마저도 파란색보다는 잿빛이 많아 갈망하는 햇빛은 오락가락하고 맹렬한 가을바람은 쉴 기색이 보이지 않으며 추위로 옷을 껴입는 나약한 인간에게 둘러싸였던 나뭇잎을 떨구면서 겨울을 준비하라 경고했는데 집 앞에 세워놓은 마귀할멈은 깔깔거리다가 찬바람에 술에 취한 듯 보기 흉악망측하게 쓰러져 있네 가장 추운 아침/배 중진 어제 그렇게 요란하게..

詩 2014 2014.10.19

밤에 떨어지는 단풍/배 중진

밤에 떨어지는 단풍/배 중진 아무리 혼자서 아름답게 꾸미려 했다 쳐도 여럿이 모여서 조화롭게 꾸민 것과는 멀리서 보아도 현저하게 꾸밈이 다른데 날씨가 좋아야 화려하게 꾸밈도 오래 기억하는 법 금의환향하는 사람의 위풍당당함도 좋고 금의야행하는 사람의 의기소침함도 이해하고 가을은 쳇바퀴 세상이 더욱 넓고 높아져 가을엔 무작정 어디든 떠나가고 싶은 충동이 이는 계절 밤길에 무심코 떨어지는 단풍 하나가 대낮에 보았던 수두룩한 낙엽보다 충격적이었고 발길을 멈추게 하는데 마치 살아있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하나 밤이 깊어가도 헤아리지 못하고 어둠이 끝이 없는 가을밤 속으로 영영 사라지네 아무리 혼자서 아름답게 꾸미려 했다 쳐도 여럿이 모여서 조화롭게 꾸민 것과는 멀리서 보아도 현저하게 꾸밈이 다른데 날씨가 좋아야..

詩 2014 2014.10.18

새나 사람이나/배 중진

새나 사람이나/배 중진 무리를 지어 사는 새나 인간이나 좁은 공간에서는 다툼이 있고 사소한 일에도 찌그럭거리고 남들 앞에서 힘자랑하여 이웃을 불안하게도 하며 서로 제일 잘 아는 사이인데도 서로 헐뜯고 중상모략하고 서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다가도 서로 화해하고 언제였느냐는 듯 다시 화목함을 이루기도 하는데 미국이 영국에 대항하여 힘을 합쳐 싸웠다가도 남북전쟁으로 엄청난 수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고 한국이 일본에 맞서 힘든 독립투쟁을 벌였다가 남의 힘으로 독립되어 좋아한 것도 잠시 처참한 육이오전쟁이 터졌잖은가 저 기러기가 한 모금의 물을 마시려고 다투는 것이 한 푼을 더 벌려고 아귀다툼을 하는 인간과 무엇이 다르며 공동의 적으로부터 침략을 막기 위해 힘을 합심하여 대항하기도 했고 도피하거나 먼 거리..

詩 2014 2014.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