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배 중진 은근슬쩍 국화는 피어오르고 은발의 은퇴한 신사숙녀분들이 은은한 향기가 못내 그리워 은총을 받으려는 듯 사통팔달에서 모여들었으나 너무 일찍 서둘렀기에 아직 피어나지 않은 봉오리도 있어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서기도 했는데 모처럼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어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위해서 식물원의 구석구석을 더듬어 보네 특별한 날이라 늦게까지 문을 열어 놓았기에 평상시에 알지 못했던 것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도 했으며 반달이 비추는 가운데 은물결이 이는 분수도 살피고 인적이 드문 숲을 지나면서 낙엽 지는 소리가 두렵기도 했으나 시원한 가을 날씨라 옷소매를 당차게 걷어 올리고 낮에 보았던 곳 밤에 또 찾아가며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했지만 지치지도 않았고 국화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모르네 은근슬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