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4

가을바람/배 중진

배중진 2014. 10. 19. 23:38

가을바람/배 중진

 

간밤부터 바람이 강하게 불더니

단풍이 심하게 사각거리고

낙엽이 멋대로 나뒹구는데

여름을 뒤로하고

겨울로 가까이 가면서

가을이 반 토막 넘어갔으니

사나운 바람이 부는 것도 무리는 아닌데

 

단풍은 얼굴을 세차게 후려치고

낙엽은 정강이 걷어차며 갈 길을 막아

눈시울 적시게 하여

그렇잖아도 떨어지는 것으로 상한 가슴

심란하게 하면서도

고독함과 쓸쓸함이 쓸려오는데

하늘마저도 파란색보다는 잿빛이 많아

 

갈망하는 햇빛은 오락가락하고

맹렬한 가을바람은 쉴 기색이 보이지 않으며

추위로 옷을 껴입는 나약한 인간에게

둘러싸였던 나뭇잎을 떨구면서

겨울을 준비하라 경고했는데

집 앞에 세워놓은 마귀할멈은 깔깔거리다가

찬바람에 술에 취한 듯 보기 흉악망측하게 쓰러져 있네

 

 

 

 

 

 

 

 

 

 

 

 

 

 

 

 

 

 

 

 

 

 

 

가장 추운 아침/배 중진

어제 그렇게 요란하게 불었던 바람이
미안했던지 고요하고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
단풍도 바짝 얼었는지 꼼짝하지 않네

 

일출을 보려고 기다렸는데
산도 아닌 것이 가로막아
시간이 많이 지나도 보이지 않더니
나올즈음엔 구름도 멀리 떠나 별볼일 없어 시큰둥했고

 

이런 날은 남쪽으로 내려가야하는데
오늘은 단풍을 구경한답시고
북쪽으로 일찍 떠나는 날
청개구리의 심뽀인가 

 

엄니의 말씀 듣지 않고 달려가니
단풍이 반겨줄리 만무요
구름이 심술부릴 것은 뻔한 이치이나
그래도 떠나면서 싱숭생숭한 아침이다 

 

2014.10.21 23:04

허드슨 강에 거친 파도가 이는 것을 처음 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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