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6 233

어느 날/배 중진

어느 날/배 중진 어느 날 창문을 열고 새벽의 찬 공기를 들이쉬고 있는데 청설모의 무리가 보였고 그중에서도 두 녀석의 거동이 수상하여 자세하게 관찰하게 되었는데 남들이 뻔히 볼 수 있는 곳에 보금자리를 짓느라 매우 분주했고 나날이 커지는 모습을 보며 신기함과 호기심으로 구경하는 것이 일과였고 며칠 지나자 그럴듯한 위용을 갖췄으나 안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조용하고 몇 번 비바람에도 끄떡없었는데 어느 날 아주 사나운 밤이 지나 근심으로 아침에 살펴보니 그렇게 애쓰며 지었던 둥우리는 땅에 떨어져 내동댕이쳐졌고 어찌 사나 요의 주시를 해도 통 그림자를 볼 수 없더니 어느 날 새벽 당돌하고 사나운 매가 근처에 앉아 능글맞게 쩍쩍 주둥아리를 놀리고 있었다 11/20/2014 yellowday2016.01.21 ..

詩 2016 2016.01.20

혹독한 겨울/배 중진

혹독한 겨울/배 중진 겨울은 광풍 노도와 같이 칠흑 속으로 짓쳐나가며 거칠 것이 없고 바람 소리 나무소리 어우러져 세상은 어수선하나 깜깜한 밤인지라 지척을 분간하기 어렵고 살을 에는 추위는 절로 눈물을 자아내게 하지만 어디 한 곳 의지할 곳 없어 삶이 죽음만도 못하나 저 바람 끝에서는 사람이 살 수 있는 봄기운이 태동하지 않겠나 가냘픈 희망으로 죽음같이 살리라 2/7/2015 불변의 흙2016.01.20 05:08 가리개. 몸에 생긴 흉터는 옷으로 가리고 얼굴에 생긴 흉터는 화장으로 가린다. Love covers over all wrongs 사랑은 모든 허물을 가려준다. 항상 정겨운 고운님 몰아치는 한파가 매섭습니다 강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사랑과 기쁨이 가득한 수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불변의흙- 어제와..

詩 2016 2016.01.20

무슨 꽃으로 다시 피어날까/배 중진

무슨 꽃으로 다시 피어날까/배 중진 삶은 공평치 못하여 끔찍이도 좋아하는 사람을 남에게 빼앗기고 아무리 다가가도 꿈쩍하지 않는 사람이여 어이하면 좋단 말인가 먼저 알고 선뜻 다가가 사랑한다고 말을 했으면 오늘날 이토록 자신을 저주하지 않았을 텐데 무슨 자존심으로 주저하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자책을 수만 번 해본들 뜻이 이뤄질 리 만무하고 가슴 아파 긴긴밤을 눈물로 보낼 수만은 없는 세상 더 큰 고통을 감수하기 전에 눈에서 지우고 가슴으로 외로운 마음의 상처를 달래보네 물론 쉽진 않겠지만 밝은 내일은 어김없이 찾아오기에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사랑이 언젠가는 꼭 이뤄질 거라는 희망으로 그대 옆에 무슨 꽃으로 다시 피어날까 그가 좋아하는 꽃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열심히 살기로 하네 yellowday2016.01...

詩 2016 2016.01.18

얄궂은 인생/배 중진

얄궂은 인생/배 중진 평소 꽃을 사랑하며 정원 가꾸기를 좋아했기에 Long Island의 동쪽 끝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가 잡초도 제거하는 등 정성으로 보살피더니 Lyme disease에 털썩 걸려 병원을 들락날락했으며 차도가 있다 싶었는데 오래갔고 점차 몸은 야위어 가 기억력이 감퇴하고 혼자서는 연명할 수 없어 남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주위의 친구들이 좋은 곳을 알선했건만 뭐가 마땅치 않았는지 사랑하고 염려하는 관계자들이 한여름에 그렇게 수고했음에도 일언지하에 입주를 거절하였으며 급기야는 매일 배달해주는 음식을 끊으면서 건강이 좋아졌다고 즐거워하였고 높은 곳에서 내려오다 넘어지길 몇 번 했어도 일어났는데 애지중지 가장 비싼 카펫에 걸려 꼼짝하지도 못하고 엎어져 사랑하는 난초가 애걸복걸 애원하며 일어나라..

詩 2016 2016.01.17

고독은 관계의 시작이다/배 중진

고독은 관계의 시작이다/배 중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 거울을 보며 흥겹게 몸단장을 하면서 자신의 외모를 요리조리 맞추고 다시 고치는 진지한 모습이 아름답고 꿈같이 황홀한 순간을 보내고 깊은 밤 아쉬움으로 땅이 꺼지라 긴 한숨을 홀로 들이키고 내쉬며 영원히 붙잡지 못한 회한의 눈물을 흘리지만 이런 고뇌 없이 어찌 밝은 내일을 기다릴 수 있으며 자신의 외모를 잘 알듯 내면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 어두운 밤이 지나면 새날이 온다는 것을 왜 모르시나 한겨울에도 힘찬 봄날을 상상할 수 있으며 보이는 것에 신경을 쓰듯 보이지 않는 것에 충실한 자에게만 설렘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내일은 yellowday2016.01.16 00:24 고독이란 나를 지켜주는 마스코트다 스스로를 다짐하게 하는 나의 수호신이다 상념의..

詩 2016 2016.01.15

난초/배 중진

난초/배 중진 방안 가득했던 난초 향기는 주인이 시름없이 죽어가자 세상에 미련을 두지 않으려는 듯 시들하니 고개 숙여 향마저 사라지고 돌보는 사람 없어 급기야는 쓰레기와 같이 혹한 속으로 내동댕이쳐졌으며 그 많던 꽃들도 풍비박산 나 텅 빈 공간이 되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햇살은 추위를 피해 종일 쪼그려 앉았다가는 사라지네 yellowday2016.01.14 17:36 소유했던 모든것이 다 사라지는군요 누구나 그러겠지요. 이 세상에 왔다간 흔적도 깡그리 지워지겠지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시냇물2016.01.15 06:06 어쩐지 허무함이 배어나오는 글입니다. 머물다 갑니다. 저는 어떤 것이 촛대 바위인지도 모르고 올라가면서 촛대같이 생겼으면 다 찍었답니다. 동생이 더 위로 올라가면 볼 수 있다고 하여..

詩 2016 2016.01.14

어두운 바닷가/배 중진

어두운 바닷가/배 중진 뜻하지 않게 친구는 뜨거운 곳에서 재로 변했고 추운 겨울밤 어둠 속에서 뭔가를 찾으려는 듯 물가를 서성이지만 바닷물도 꽁꽁 얼었고 얼음이 해안을 덮었으며 깊은 곳에서 아우성치는 기러기와 갈매기, 그리고 백조들 그래도 먹을 것이 있는 모양이다 쓸쓸한 등 밑에서 추위를 느끼며 부르르 떠는데 속삭임이 있어 고개를 드니 떨어지지 않은 떡갈나무 잎들이 자지러지게 떨며 바람의 존재를 알리고 친구의 넋이 스치고 지나간다 지곡 (꽃바우)2016.01.14 03:56 반갑습니다..^~~♠ 겨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듯이 날씨가 매우 추워졌네요. 추운 날씨에 늘 건강조심 하시고 즐거움이 함께 하시기 바라며 정성 담은 블로그 다녀갑니다.~♣ 용훈(容薰)2016.01.14 05:32 찾아오면 언제나..

詩 2016 2016.01.14

세상에/배 중진

세상에/배 중진 세상에,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지만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고 세상에, 준비하지 않았는데도 순서 없이 너와 나 따질 것도 없이 불시에 찾아와 세상에, 다정했던 친구의 감춰진 어두운 면이 고스란히 세상에 노출되어 경악하게 했으며 세상에, 배운 자 못 배운 자 차이 없이 욕망에 사로잡혀 앞뒤 분간을 못 하고 세상에, 버리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줄 미처 몰랐으며 먼지만 잔뜩 쌓인 친구의 소중한 것들은 세상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분초를 다투지 않고 쓰레기가 되어 슬픔의 산더미가 되었네 오솔길2016.01.08 14:57 배중진님~안녕하세요^~^ 순수하고 고운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저는 주님의 평강안에 거하고 싶습니다 잠언 기자는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여호와의 미워하시는 것 곧 그..

詩 2016 2016.01.08

차마/배 중진

차마/배 중진 죽은 친구가 오늘은 벌떡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제발 그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상상도 했으며 날씨도 혹독하게 찬데 어둡고 추운 곳에서 외롭게 누워있으려니 생각하니 따스한 방 안에 있는 것이 죄스럽기까지 하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 없어 장례식장에 찾아가서 병원에서 모셔온 주검을 영안실로 찾아가 직접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 친구임을 확인해주고 화장을 시작하도록 서명을 하고 왔는데 평소에 친구의 결정을 부득부득 말렸어도 본인이 강력하게 원했으니 어쩔 수는 없었어도 차마 못 할 짓을 한 것 같아 후회하고 또 했지만 어쩌랴 내일 친구는 지구 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을 영혼이 사라지더니 사체마저 재로 흩어지고 이름만 몇몇 사람에게 잠시 기억되는 삶이라 끔찍하기만 하고 오늘 밤 잠자기..

詩 2016 2016.01.04

신년 벽두/배 중진

신년 벽두/배 중진 신년 벽두에 우렁차게 탄생하는 신생아 중에 신년 첫아이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찾느라 떠들썩하며 대서특필로 축하하지만 정작 아이는 앙앙거리고 누구의 관심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조용하게 숨을 거두는 친구는 눈물 흘릴 여력도 없이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어 가 차디찬 주검으로 새해를 맞이하여 아는 사람의 눈시울을 잠시 붉힐 뿐 세상은 무심하게 계속 돌아가는데 누구에게 하소연할 것도 없이 삶은 이렇듯 길흉화복이 점철되고 있어 지금은 시간이 무진장 있는 듯하나 실제론 촌음을 아껴야 함을 왜 모르시나? moon2016.01.04 02:47 한 해를 떠나 보내고 새로운 새해를 맞이 하면서 조금은 아쉽고 미련과 후회속에 보내버린 시간들이지만 새로운 각오와 희망을 안고 또 새로운 한해를 받아들입니다. 세..

詩 2016 2016.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