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밟는 소리/배 중진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는 소리 혼자만이 듣기 아까워 뒤에 처진 친구에게 기다렸다가 물어봤다 낙엽 밟는 소리가 좋은지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숨을 할딱이면서도 냄새 구수하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단다 우리는 또 말없이 걷다가 은행알이 떨어진 곳에 다다라 깨진 달걀처럼 터져버린 은행을 가리키며 친구에게 건드리지 말라고 눈빛으로 말했다 일전에 발로 툭 차는 것을 보고는 경악했기에 삶이 오래전에 시작한 은행을 짧은 역사를 지닌 미국인들은 성격을 파악하지 못해 냄새가 고약하게 나는지 만지면 가려운지 알 턱이 없어 그런 무모한 짓을 했으리라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며 단풍도 즐기고 벽난로에 나무를 태우는 냄새도 맡으며 운동 삼아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고 있는데 거대한 나무뿌리에 포장된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