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Botanical Garden 11

낙엽 밟는 소리/배 중진

낙엽 밟는 소리/배 중진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는 소리 혼자만이 듣기 아까워 뒤에 처진 친구에게 기다렸다가 물어봤다 낙엽 밟는 소리가 좋은지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숨을 할딱이면서도 냄새 구수하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단다 우리는 또 말없이 걷다가 은행알이 떨어진 곳에 다다라 깨진 달걀처럼 터져버린 은행을 가리키며 친구에게 건드리지 말라고 눈빛으로 말했다 일전에 발로 툭 차는 것을 보고는 경악했기에 삶이 오래전에 시작한 은행을 짧은 역사를 지닌 미국인들은 성격을 파악하지 못해 냄새가 고약하게 나는지 만지면 가려운지 알 턱이 없어 그런 무모한 짓을 했으리라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며 단풍도 즐기고 벽난로에 나무를 태우는 냄새도 맡으며 운동 삼아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고 있는데 거대한 나무뿌리에 포장된 길..

詩 2020 2020.11.03

중국 할머니 떠나시던 날/배 중진

중국 할머니 떠나시던 날/배 중진 항상 병상에 누워계시던 중국 할머니 말이 없으시고 눈을 감으셨는지 떴는지도 알 수 없으며 날씨가 좋을 때마다 누군가에 의해 밖으로 나오시던 분 어떤 때는 혼자 계시기도 했고 뭘 생각하실까 궁금도 했다 딸인지 시중드는 사람인지 연세가 드신 분은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조절을 못 하지 싶었고 웬 말이 그리 많고 누가 기꺼이 들어주는지 궁금 또한 한데 종일 괄괄한 목소리가 눈살찌푸리게 하는 것이 흠이기도 하다 안 보이시면 혹시나 불길한 예감이 들기까지도 했다가 집 밖에 나와 누워계시면 매우 반갑기도 해 보시는지는 알 수 없어도 손들어 인사하기도 했는데 찬바람이 몹시 불던 날 단풍도 고이 접어 다음을 기약하던 날 경찰차 두 대 아무렇게나 집 앞에 서 있고 구급차가 내려오는 계단에..

詩 2017 2017.11.19

집 떠난 지렁이/배 중진

집 떠난 지렁이/배 중진 얼마나 답답했을까 좁은 공간에서 숨죽이며 산다는 것이 어제도 부리부리한 눈으로 주위를 헤집고 살기등등 날카로운 부리로 이 구멍 저 구멍 쑤시고 지나갔던 Robin인지라 오늘도 또 올 것 같아 남몰래 일찍 집을 조심스레 나와 피난처를 찾아 열심히 기었지만 세상은 무한히 넓었고 생각지도 못한 햇살의 등쌀에 갈증을 느끼면서도 죽기 살기로 애를 썼지만 급기야는 온몸이 말라 비틀어졌네 이럴 줄 알았으면 걷는 것을 열심히 배웠어야 했고 Robin은 죽은 것을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뜻밖에도 삶은 밖이 아니라 더 깊은 곳에 있었지요 yellowday2016.05.28 06:15 신고 그러게나요 ~~~ 미지의 세계를 지향하다가 햇빛에 몸이 말라 개미의 밥이 되는걸 시골에선 자주 보았던~~~ 상황이..

詩 2016 2016.05.28

개미의 짝짓기/배 중진

개미의 짝짓기/배 중진 먹고 살기 위해 시장에 다녀오는데 한 바구니 잔뜩 실어 왔는데 자동차 유리에 뭔가 걸려있어 wiper를 작동시켜 떨굴까 생각하다가 더 자세하게 살펴보니 개미가 짝짓기를 열심히 하는 듯하여 생각을 바꿨는데 조금 가다 보니까 어디론가 사라져 죽이지 않았음을 천만다행으로 여기면서 공중에서 짝짓기하다가 걸린 것이겠지 싶고 수놈은 필사적으로 매달린 느낌이고 덩치가 차이가 나니 죽기 살기로 마지막 안간힘을 쓴 후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살생을 함부로 해서야 쓰겠나 여왕님은 모든 것을 얻었으니 배가 남산만 하고 힘도 들겠지만 좋은 곳을 잡아 수놈의 삶이 헛되지 않도록 유지를 받들겠지 그래도 여왕을 정중히 대했으니 보통사람으로서 할 일은 다 했지 싶다 유심조님 댓글 조건 없는 사랑 - 3 조건 없..

詩 2016 2016.04.24

Cardinal과 참새/배 중진

Cardinal과 참새/배 중진 발걸음 소리에 놀란 Cardinal과 참새가 먼저 움직이기 전에는 까마득히 몰랐었는데 화들짝 놀란 그들의 발이 저린 모양인 것이 같은 곳에서 옷매무시를 고치며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허둥지둥 도망치는 몸짓이었기에 고개를 저으며 의아해했지만 현저하게 눈에 띄는 Cardinal과 입방아 잘 찧기로 유명한 참새였기에 선망의 대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고 입이 가벼워 주위에 모르는 자가 없게 될 테니 무엇이 저들을 함께 묶게 되었는지 봄에 바람이 부는 것은 모든 것을 사랑하라는 계시인지 아니면 꺼져가는 불을 다시 지피라 함인지 조석으로 변하는 날씨만큼이나 혼란스럽지만 저러다가 봄기운이 완연하게 되면 이야기꽃도 덩달아 피어올라 향기 아닌 악취를 내뿜겠지 젊으니까 ..

詩 2016 2016.04.08

매화는 어디에/배 중진

매화는 어디에/배 중진 높은 가지에 작은 모습으로 피어있는 꽃이 매화일까 아니면 비슷한 꽃일까 앙상한 가지에 일부러 올려다보지 않으면 전혀 모를 꽃이 혹한에 떨고 있어도 누구 하나 어루만질 리 만무요 추위에 민감한 사람들이 고개를 젖히고 하얗고 긴 목을 들어내 놓겠느냐고 향기는 땅에 닿기도 전에 찬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지고 높은 코를 목도리로 휘감아 빨간 코를 달래며 훌쩍이지만 똑같은 연분이니 고매한 꽃을 알겠느냐고 매화를 알지 못하는 서양인들이나 없는 매화를 찾아 미친 듯이 헤매는 동양인이나 봄기운이 그리운 것은 마찬가지라 기지개 켜며 약동하고 싶은 마음에 온실의 난초를 보듬고 그윽한 향기를 훔치나 흰 눈이 내려도 꿋꿋한 기상이요 봄비에 젖어도 울지 않는 매화는 어디에 4/11/2015 사진 yel..

詩 2016 2016.03.13

참된 삶/배 중진

참된 삶/배 중진 참새들이 찧고 까분다 배가 부른 모양이고 안전한 잠자리에 있으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가 보다 청명한 목소리로 어떠한 새의 노랫소리도 똑같게 따라 할 수 있고 끊임없이 다양하게 표현하여 듣는 이를 즐겁게 하는 Mockingbird이지만 참새들의 다정함과 수많은 친구와 함께함이 부러운지 측은하고 처량한 모습으로 참새들을 내려다보면서 특유의 재잘거림과 지저귐을 잃고 지나가는 사람을 경계하다가 길에서 먼 곳으로 훌쩍 날아가지만 짧은 시각이었어도 다 짐작하고 이해할 수 있었으며 아무리 총명하여도 행복까지는 흉내 낼 수 없으리라는 생각 중에 사람이고 동물이고 끼리끼리 보채고 아옹다옹 싸우면서 사는 것이 참된 삶인듯하다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사진으로 남아 있는 것도 없고 기억으로만 남..

詩 2016 2016.03.05

홍관조/배 중진

홍관조/배 중진 산책을 하다가 빨간색의 Cardinal이 보였고 주위의 색과는 달리 현저한 모습이었는데 작은 새가 뭘 하나 숨어서 눈여겨보았더니 둥우리를 만들기 위해 부드럽고 고운 색깔의 뭔가를 조심스레 줍고 있었으며 높은 나무도 아니고 매우 낮은 곳에 앉아 인기척을 느꼈으면서도 날아가지도 않고 멀뚱멀뚱 생각하고 있었는데 모양새 마치나 아름다운 꿈을 가지고 있겠지 궁금하기도 한 볼거리가 생겨 알게 모르게 매일 저곳을 지나리라 생각도 하면서 제발 눈치채지 않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바라며 많은 홍관조가 하늘을 펄펄 나는 모습을 이 봄에는 보고 싶다네 And I Love You So/Don McLean/Google And I love you so, The people ask me how, How I've ..

詩 2016 201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