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낙엽 밟는 소리/배 중진

배중진 2020. 11. 3. 03:58

낙엽 밟는 소리/배 중진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는 소리

혼자만이 듣기 아까워

 

뒤에 처진 친구에게

기다렸다가 물어봤다

낙엽 밟는 소리가 좋은지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숨을 할딱이면서도

냄새 구수하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단다

 

우리는 또 말없이 걷다가

은행알이 떨어진 곳에 다다라

깨진 달걀처럼 터져버린 은행을 가리키며

친구에게 건드리지 말라고 눈빛으로 말했다

일전에 발로 툭 차는 것을 보고는 경악했기에

 

삶이 오래전에 시작한 은행을

짧은 역사를 지닌 미국인들은 성격을 파악하지 못해

냄새가 고약하게 나는지 

만지면 가려운지 알 턱이 없어 그런 무모한 짓을 했으리라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며 

단풍도 즐기고 

벽난로에 나무를 태우는 냄새도 맡으며

운동 삼아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고 있는데

거대한 나무뿌리에  포장된 길이 덫처럼 보여

우뚝 서서 친구를 기다렸다

걸려 넘어지지 말라고

 

노구에

모든 것이 버거워

간신히 움직이는 것만도 천만다행인데

건강을 위한답시고

몸을 해쳐서야 하겠는가

 

시작부터 끝까지

낙엽은 발에 차였고

멋진 단풍은 눈에 걸렸다

 

11/03/2015 New York Botanical Garden

 

몸을 해쳐서야 하겠는가
몸을 해쳐서야 되겠는가

 

Catalina2020.11.05 12:49 

세상에 ~이곳에 단풍도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배선생님"
올만에 선생님께서 창작하신.시.도 좋구여"
이 가든에 단풍은 몇해전 풍경이라 생각하구여"
마지막에 이름모를 꽃도 정말.이쁩니다.

 

아주 연로하신 할머니 한 분이 어려운 몸동작으로 꽃을 꺾고 계시더군요.
날씨가 차고 강풍으로 모두가 휩쓸릴 때 어떻게 나오셨나 걱정이 될 정도의
할머니가 아직도 싱싱한 꽃을 꺾고 있어 지나가면서 살폈는데 벌써 가슴에는
많은 꽃이 있었습니다. 보는 사람들이 없는 지역이니 집에다 가져다 놓고
향기도 맡고 아름다움을 천천히 음미하려는 것이 아니겠나 생각도 했답니다.
옛날 우리들이 떨어진 단풍을 책갈피에 꽂던 것과 같은 행동이지 싶었답니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통하는 것이 있지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깊지 싶습니다.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20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지요.
젊은이들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들은 그런 시간을
누리게 될 겁니다. 먼 훗날을 위해 지금부터 뭔가를 착실하게
계획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겠지요. 최선을 다한다면 성공률이
높지 싶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정진할때 못할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도 한답니다.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1980년 대학가는 매일 반정부 데모를 하던 시기였지요.
광주사태가 나고 학교 정문은 굳게 닫히고 서울에서 갈 곳이 없어
늦게 복학한 친구와 치악산에 들어가 민박하면서 고시 공부를 한답시고
등산온 여학생들을 사귀려고 노력했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젊기에 순식간에 올라갔다 다른 쪽인 상원사로 내려온 기억이 있고
미국 유학 와서 한국 방문 시 대학원 지도교수님을 모시고 등산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1987년이었지요. UCLA에 교환교수로 오셨던 교수님이
트럭에 받히면서 허리를 다쳐 사탕이 좋다는 말씀을 하셔 1980년에
알았던 집에 모시고 갔었는데 효과는 없으시다고 하시네요.
시로봉에서 둘이 앉아 앞쪽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왼쪽에서
덮쳐와 장관을 이뤘던 광경이 눈에 선하고 1980년 여름엔 세렴폭포 근처에서
청바지 입은 결혼한 여자가 목을 매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답니다. 경찰 한 분이
같은 집에서 공부를 하시고 계셨는데 볼거리가 있다고 하며 부추기는 바람에
따라나섰다가 냄새 지독하고 파리가 들러붙은 시체를 보게 되었는데 불과 몇 발자국
옆의 대학생들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더군요. 경찰도 보이지 않았고 누가 어떻게
조사하고 치웠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시댁과 불화가 쌓여 임산부라고도 하는데
극단의 선택을 하여 안타까웠습니다. 붓기로 옷이 터졌더군요. 비가 매일 쏟아지던
시간이었는데 혼자 힘으로 어찌 그럴 수 있었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답니다.
정상 부근은 그야말로 밧줄을 잡고 올라가던 시절이었답니다. 한국에서 땀 흘려
올랐던 산은 치악산 두 번과 속리산 문장대였지 싶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수학여행을
당일치기로 해서 말입니다. 절에서 일하고 얻어오시는 주인아주머니가 차려주신 절밥은
지금도 꿀맛으로 기억한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 감사드리고 좋은 소개에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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