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nx zoo 31

동물원/배 중진

동물원/배 중진 사람이 살금살금 다가가도 아는 체하지 않고 인파가 와글와글 떠들어도 거들떠보지 않다가 동물원에서 사용하는 작은 차의 그렁그렁 엔진 소리에 익숙한 듯 겨우 눈을 떴다가는 이내 귀찮다는 듯 눈을 스르르 감는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반겨달라고 귀엽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고 싶다고 철모르는 아이들이 소리를 질러대도 꿈쩍도 하지 않으며 매일 반복되는 아우성을 아예 뭉개버린다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볼거리인지 귀여운 동물들은 성가신 듯 모습을 감추려 하고 사나운 맹수들은 눈꼴사나운지 잠을 청하고 있으며 징징 짜는 아이들이 있어 이곳이 동물원임을 실감한다 사람이 살금살금 다가가도 아는 체하지 않고 인파가 와글와글 떠들어도 거들떠보지 않다가 동물원에서 사용하는 작은 차의 그렁그렁 엔진 소리에 익숙한 듯 겨우 ..

詩 2016 2016.09.13

영리한 사자/배 중진

영리한 사자/배 중진 암사자 한 마리와 덩치 큰 Baboon(개코원숭이, 비비) 한 마리가 숲 속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서로 놀라기는 했어도 정신을 가다듬으면서 비비가 암사자를 추격하니 슬슬 도망쳤고 돌아서니 따라오면서 쫓고 쫓기길 십여 분 비비는 자기가 강함을 의식했고 사자가 두렵지 않았으며 우쭐함으로 경계를 늦췄는데 아뿔싸 십여 마리의 사자가 우르르 달려들어 도망갈 사이도 없이 비비는 궁지에 몰렸고 인정사정없는 사자는 본색을 드러내며 건장한 개코원숭이를 갈기갈기 찢어 주린 배를 채우면서 흔적도 없이 해치우는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밀림의 왕이란 항상 강한체하는 것이 아니고 먹잇감을 위해서 가끔은 엄살 부릴 줄도 알더라 글라디올러스를 저도 좋아하는데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어떤 색에서는 이상한 느..

詩 2016 2016.07.14

밤새 우는 작은 새/배 중진

밤새 우는 작은 새/배 중진 동이 트고 인간의 왕래가 빈번하니 피에 젖은 목구멍을 뚫고 나오던 소리도 점점 잦아드는데 무슨 사연 있길래 밤새도록 울어 젖혔는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누구를 그토록 사무치게 그리워하는고 날마다 같은 시간에 나타나 하염없이 부르는 이가 애달픈 소리를 듣고 어서 빨리 돌아와 주었으면 하고 달님은 가슴이 반쪽이 되어 바라보고 별님도 초롱초롱 눈물 글썽이며 바람마저 숨을 죽이고 살며시 지나가니 오로지 듣는 자, 베갯잇을 적시네 Taveta Golden Weaver Crimson-rumped Toucanet 제꼈는가 2016.06.15 22:11 6/5, 5/1(음력) New Moon 6/9, 5/5 단오 6/12 First Quarter 6/20 Full Moon 6/27 Last ..

詩 2016 2016.06.15

소쩍새/배 중진

소쩍새/배 중진 소쩍새가 찾아와 모두가 잠들은 밤 듣는 사람이 없는데도 혼자 지키다 훌쩍 떠나곤 했었는데 미국 생활 30년이 넘어 이런 일이 없었는데 Mockingbird가 새벽에 귀를 번쩍 뜨이게 하네 하루도 아니었고 이틀도 아니었으며 누구와 이야기할 수도 없는 처지 늦은 밤도 아니고 이른 새벽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에 틈을 주지 않고 누구에게 저렇게 호령하고 있단 말인가 언제까지 울부짖나 알아보려고 계속 숨을 죽이지만 어느 사이 목소리도 변해 동이 틈과 동시에 굉음과 함께 멀리 사라지네 소쩍새는 아픔이 있기에 잊을 수 없으며 고향처럼 잠겨있는데 남을 흉내 내길 좋아하는 저 새는 왜 저리 요란하고 방자하게 지껄이며 누가 듣기를 원하는가 연적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데 승자라도 된 양 알 수 없어라 제정신..

詩 2016 2016.06.14

새끼를 잃고/배 중진

새끼를 잃고/배 중진 날씨 따뜻하고 신록이 우거진 계절 먹을 것이 지천이라 부족한 것이 전혀 없어 즐겁기만 한 새들 깝죽거리는 새끼들이 매우 불안했으나 빨리 자라기만 기원하며 쉴 새 없이 먹이를 물어다 주는 Starling 녀석들은 날개도 없으면서 천방지축 날뛰다가 둥지에서 무모하게 뛰어내려 그것이 마지막 순간이었지요 배가 너무 고파서 뛰어내렸나 부모로서 본분을 다하지 못함을 자책하나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남들은 줄줄이 데리고 다니며 귀찮아하면서도 행복한 표정으로 자신은 먹지도 못하여 배가 고파도 새끼들에게 먹이를 찾아 입에 넣어주는데 새끼가 없는 삶 아무리 혼자 배불리 마음껏 먹어보지만 새끼를 잃은 슬픔 달랠 수가 없어라 김영래2016.05.28 07:56 애달픈 사연 입니다 즐거운 주말되시며 힘차게 ..

詩 2016 2016.05.28

편두통/배 중진

편두통/배 중진 짧은 생이었어도 살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주기적으로 골치 아픈 날이 많고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와 평등할 수 없었으며 원하지 않는데도 치근대는 남자들이 줄을 섰고 우정을 나누던 남자가 있었으나 사랑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거절당한 남자 간호사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복수할 기회만 기다렸으며 운명의 날은 찾아와 고질적인 편두통을 악마에게 호소하니 아무도 모르리라 프로포폴(propofol)을 주사하여 거짓말처럼 숨이 멎은 불행한 사람 나의 사랑이 될 수 없으면 남의 사랑도 될 수 없기를 간절히 증오하던 마귀의 탈을 쓴 천사 작은 바늘구멍 외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습관은 DNA를 남겨 다른 나라로 도망쳤어도 법의 심판을 받아 평생 영어의 몸이 되어 차가운 감방에서 잘못된 행위를 회개하게 ..

詩 2016 2016.05.22

하현달/배 중진

하현달/배 중진 그동안 차디찬 달이 어디 갔나 했더니 아침 해님에 쫓겨 등을 보인 채 망망대해 중천에 떠가네 흰 구름을 모시적삼처럼 걸쳐 가벼워 보이나 둥글지 않은 모습인지라 더디 가는지 돌아보고 또 돌아보아도 그 자리가 그 자리네 가는 것 붙잡지 않는 성미라고는 하지만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마는 가는 듯하다가 풍만한 모습으로 다가온다면 저절로 이는 함박웃음과 함께 풍년을 노래하리 불변의 흙2016.02.03 06:03 가장 분명한 행복의 길 행복의리은 누군가가 가르쳐 준다고 해서 찾을 수 있는게 아닙니다 그 길에 대해 자세히 안다고 이룰 수 잇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나의 신념으로 두 발을 내덨었을 때 그곳에서 찐짜 행복의 길이 펼져집니다 오늘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행복한 날이기를 기원합니다 -불변의흙-..

詩 2016 2016.02.03

콘도르와 참새/배 중진

콘도르와 참새/배 중진 콘도르의 첫인상은 섬뜩하게 생겼으며 기분이 좋다가도 확 바뀌는 느낌을 받았는데 불길하게도 색깔까지도 검었으며 흰색이 있긴하나 끔찍한 모습이었는데 근처에 있는 맹금류 올빼미와 독수리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예의주시하고 있었으며 작은 소리가 나도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움칫거리길 몇 번 했는데 느닷없이 작은 참새들이 찧고 까불다가 들이닥쳐서는 마음대로 울안을 휘젓고 다니며 덩치 큰 날짐승을 조롱하지만 흘겨보기만 하고 어떠한 동작도 취하지 않으니 경박스러운 행동의 참새들은 제풀에 흥이 사라졌는지 어느 순간 간 곳 모르게 떠나갔지만 갇혀있는 신세 처량하게 속을 확 뒤집어 놓아 참새가 앉았던 자리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짓눌러버리네 Found in the Andes mountains and adja..

詩 2014 2014.12.17

Golden Pheasant/배 중진

Golden Pheasant/배 중진 무엇이 두려운지 보여주지도 않고 보일락 말락 감질나기만 하였으며 분통해하는 것은 너와 나 사이에 철조망이 가로놓여 만질 수도 없거니와 먹을 것을 줄 수도 없고 수도 없이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해도 담아지지 않는 아쉬움으로 진을 쏙 빼놓고야 말았지 않았나 좀 더 넓은 공간의 철조망이길 그나마 희망했고 누가 보거나 말거나 잘생기고 어여쁜 얼굴 속 시원하게 들여다보았으면 원이나 없겠는데 겁은 많아서 작은 소리에도 도망가니 제발 꽁무니라도 따라가게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고 꽁무니를 뺀다고 긴 꽁무니를 쉽게 놓칠 리도 만무하며 꽁무니를 사린다 하여도 눈에 띄지 않는 색깔이 아니지 않은가 땅을 설설기기에는 너무 안타깝고 드넓은 하늘을 펄펄 날아 모두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했으면 무엇이..

詩 2013 2013.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