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5 267

슈퍼볼 49/배 중진

슈퍼볼 49/배 중진 슈퍼볼을 집에서 편안하게 시청했던 해가 언제였던가 조용히 따져보니 1990년이었으며 그 이듬해인 1991년 제25회부터는 친구 집에서 성당의 친구분들과 떠들썩하게 즐겼는데 독감 기운으로 며칠 고생하였으나 차도가 없어 부득이 불참한다고 통보했지만 저녁은 뭐로 준비할 것인가 난감했고 전통적으로 즐겼던 음식이 사라지니 공황에 빠진 듯 망막했고 너무 조용하니 슈퍼볼을 시청하고 있는지조차 실감 나지 않았으며 친구들이 그립고 전문가 못지 않은 해설을 듣지 못하니 흥이 반감되었는데 응원하는 팀이 없이 공정한 입장이었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스파이게이트로 징계를 받았고 최근에는 디플레이게이트로 말썽을 일으킨 팀이 치터라는 오명을 떨칠 수 없어 은근히 졌으면 했는데 승리의 여신도 갈팡질팡하는..

詩 2015 2015.02.02

눈 위에/배 중진

눈 위에/배 중진 차디찬 땅 위에 푸석한 잔디밭에 흰 눈이 소복이 쌓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누구를 사랑한다고 서투르게 글씨를 쓰곤 빠지지 않는 것은 또한 사랑 마크이며 이름을 과감하게 적어 넣기도 하는데 그것은 눈같이 하얀 순수한 마음이리라 초등학교 시절부터 하교하다가 길에 누군가의 이름을 파고 살짝 흙으로 덮어 뒤에 오는 사람이 찾을 수 있도록 했었는데 그 버릇 고쳐지지 않아 눈이 올 때마다 무한하게 펼쳐진 눈 위에 누군가를 그리며 이름을 적어보네 yellowday2015.02.01 04:14 눈위에 하트를 그리고 그 안에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써 넣을 수 있다는건 행복한 추억입니다. ㅎ 김영래2015.02.01 07:15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활기찬 출발하시며 온 가족이 화목하고 기쁨이 함께 하..

詩 2015 2015.02.01

성난 바람/배 중진

성난 바람/배 중진 성난 듯 으르렁거리며 창문을 박살이라도 내려 하니 두려워 TV를 켜 놓고 소리를 높여 애써 진노함을 떨구려 하면서도 어둠이 무섭다는 소리인지 배가 고파 칭얼거리는 것인지 춥다고 덜덜 떠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괴롭기는 나도 마찬가지라 네가 밤새 울부짖듯 나도 한잠 자지 못하고 같이 아파하다 구름 한 점 없는 찬란한 아침을 맞이했건만 무엇이 못마땅한지 아직도 꿍얼꿍얼 푸념하고 기온은 절벽 아래로 떨어진 듯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 신음을 토하듯 하고 맑은 웃음을 짓지만 날카로운 비수를 품에 감춰 밖으로 나오는 사람마다 살기를 느끼네 yellowday2015.02.01 04:11 날씨가 한바탕 소란을 피웠나 봅니다. 변덕스런 기후가 종을 잡을 수가 없네요~~~~에구 직박구리는 뉴욕에도 ..

詩 2015 2015.02.01

허무한 세상/배 중진

허무한 세상/배 중진 누가 알았으랴 오늘도 평상시와 다를 것이 없었고 직장에 나가 이것저것 하다가 업무차 밖에 잠깐 나갔는데 공교롭게도 교통사고를 당하고 의식은 멀쩡한 데 움직이지 못하여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고 보호자도 없이 간단하게 응급처치받고 X-Ray 찍고 터덜터덜 구두 대신 특별화를 신고 병원문을 나서는 기분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집은 비어있어 신호만 가다가 자동응답기만 대답하여 혹시나 해서 메시지를 남겼지만 집에 올 때까지 사고소식을 아는 사람 하나도 없고 아픔과 기가 막힌 사연을 누군가 나누고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부둥켜안고 같이 동정하며 울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다 싶었는데 집에 들어와도 텅 빈 공간이요, 고요하기만 한 고달픈 신세 필요할 때 옆에 있어 줄 사람 하나 없는..

詩 2015 2015.01.31

달님/배 중진

달님/배 중진 아무도 없는 푸른 하늘에 눈만치나 하얀 달님은 낮부터 나와 미끄러운 눈길을 조심하라고 따라오면서 신신당부를 하는데 보이지도 않는 바람은 왜 이다지도 못살게 가슴을 후벼 파며 들어오는지 옷깃을 여미고 또 여미고 털모자를 조여 얼굴이 달만 해졌네 보름까지는 며칠이 있어야 하지만 눈 밑에 얼음이 있는 곳에 다다라서는 하늘에 있는 달을 바라보며 방긋 웃음까지 짓는 여유를 보이며 자꾸 게을러지는 몸을 추슬러 건강을 위해서 추위를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대자연에 자연스레 동화되는 느낌을 받고 의외로 심심하지 않으며 달처럼 둥둥 떠가는 착각에 빠지네 2/3/2015 보름달 몸에 나타나는 증상들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나이이기에 일 년에 두, 세 번씩 건강진단을 받으며 이상한 것은 기록했다가 의사한..

詩 2015 2015.01.31

친구와 겨울/배 중진

친구와 겨울/배 중진 친구들은 나이가 많고 겨울만치나 뻑뻑하여 넘어졌다 하면 부러지고 걸렸다 하면 독감이니 겨울이 두렵고 쏟아지는 눈이 심상치 않으며 찬바람이 징징거릴 때 친구에게 가는 길이 점점 좁아지고 멀기만 하네 작년 겨울에도 뜻밖의 비보를 연달아 접하면서 아는 사람 다섯분이 순식간에 지상에서 사라져 남아있는 이들을 비통케 했고 허무하게 하면서 서로 안부 전화 걸기를 서슴지 않았는데 허리 수술한 사람이 넘어져 자리에 눕고 성당에 매일 나가는 사람이 콧물 기침 감기로 몸져누워 해마다 슈퍼 볼 게임을 사오십 명이 같이 즐겼는데 불참하는 친구들이 많겠다는 불길한 생각이다 프라다나스2015.01.31 05:26 블친님 한밤중에 늦은 인사를 드리고 갑니다 세월의 무상함이 잘 드러나는 한편의 산문시 잘 감상했..

詩 2015 2015.01.31

밤에 내리는 눈/배 중진

밤에 내리는 눈/배 중진 어두운 밤에 소리도 없이 눈은 또 내리는데 감추고 싶은 죄라도 있는 것인지 아니면 허물없는 밤을 좋아하는 것인지 옛날 서울에서 학교 다니다가 뒤늦게 출발하여 조치원에 내려서는 친구 만나고 밤늦게 들어오면 늦게 다닌다고 걱정하시던 부모님이셨는데 살금살금 내리는 눈을 보니 그럴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고 두려움이 전혀 없었던 시절이었지 자기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면서 민망했던지 숲 속으로 숨기도 하고 겸연쩍어 물속으로 녹아 사라지기도 하며 깨끗함도 잠시 더러워진 모습 감추려고 은근하게 적당한 날씨를 골라 내릴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 없이 떠나가는데 잊을라치면 내리는 눈은 어둠따라 찾아오던 친구 같아 반갑기만 하여라 yellowday2015.01.30 15:31 눈이 내리면 누구나 동..

詩 2015 2015.01.30

누가 알았으랴/배 중진

누가 알았으랴/배 중진 거대한 쇼핑몰 옆에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어떤 음식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깨끗하고 가격도 괜찮았으며 정기적으로 가는 곳보다는 다른 맛을 기대하고 선뜻 들어서니 분위기도 좋고 종업원들이 매우 친절한 데 뭔가 처음 느끼는 환경이 아니라 전에도 비슷한 곳을 찾았지 싶어 집에 와서 이곳저곳을 확인하니 4년 전에 아는 사람 결혼 예행연습을 마치고 양가 친척과 친구가 어울려 들렸던 레스토랑의 다른 주의 프랜차이즈였네 추억을 더듬으며 찍었던 사진을 응시하다가 몇 장 골라 올리면서 2년도 채 안 되어 신부 측의 아빠가 객지에서 심장마비로 급사했던 불행이 떠올라 그의 흥분한 얼굴과 기쁜 웃음을 살피면서 경사 때 죽음을 생각이나 했을까마는 누구도 알지 못하고 즐기던 시간인지라 인생이란 참 묘하다는 생각..

詩 2015 2015.01.30

엄살/배 중진

엄살/배 중진 어두운 밤에 내리는 눈을 제대로 확인한다는 것은 어렵고 바람이 강하게 불면 유리창이 괴로워 울부짖으니 알겠지만 아침에 보이는 설경은 턱도 없이 적설량이 적었고 혼란스럽게 예보하던 사람들 핑계 대기에 급급했으며 그래도 동쪽 끝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있었지만 뉴욕은 과도한 준비에 비해 결과는 망연자실할 정도로 빈약하여 누구에게 손실의 책임을 물을까 전전긍긍하는데 여름에는 허리케인이 통과하면서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 우려가 있으니 만반의 준비를 하라 하여 사재기를 조장하더니 바다 쪽으로 빠지면서 한갓 기우에 지나지 않았고 겨울에는 초라한 인간이 위대한 자연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금 일깨우는 결과가 되었으며 양치기 소년과 늑대의 동화처럼 두 번은 속았지만 정작 구원이 필요할 때 시..

詩 2015 2015.01.28

구두창/배 중진

구두창/배 중진 파충류들이 득실거리고 혀를 날름거리는 동물원의 어둠침침한 실내로 들어가 거북이, 악어, 뱀, 그리고 개구리들을 구경하면서 징그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는데 자꾸 양탄자 위에 구두가 걸려 양탄자가 잘못 깔렸나 살피기도 했지만 겹친 곳도 없었고 평탄하기만 한데 왜 자꾸 불편함을 주는가 의아했는데 나중에 구두창의 고무가 오래돼 조금씩 벗어지고 있었음을 알았고 급기야는 뱀의 혀같이 쩍 벌어져 남들이 볼세라 소리 내면서도 조심하였지만 난감한 것은 차 안에 여분의 신발이 없다는 것이고 주차장까지는 멀기만 하여 제대로 걸어간다는 것이 불가능했으며 동물원 안에 신발 파는 곳이 있을 리 만무라 당황했는데 구두와 신발들은 신지 않고 보관만 하다가 꺼내서 먼지 털고 유용하게 사용할라치면 반드시 구두창이 떨어..

詩 2015 2015.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