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밤/배 중진 옹기종기 둘러앉아 다리를 이불 속으로 쭉 뻗으니 벌써 깊숙하게 타들어 가는 촛불이 너울거리며 춤을 춘다 눈이 두툼하게 내려 허우적거리는 발걸음도 우리 동심이 뛰어노는데 아무런 장애를 주지 않았었지 깊은 산 속의 옹달샘을 찾아 물을 길어오는 이웃 아낙네의 모습에서 눈도 보고 얼음도 보고 땀도 볼 수가 있었고 무척 이나도 가느다란 허리를 지녔던 모습이 눈에 선하며 그 힘든 일을 척척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위대하던지 가진 것 없는 자들에게 명절은 왜 그리 자주 찾아오는가 우린 잘 먹어서 좋지만 준비하시는 여인들의 심정을 어찌 모르겠나 따스한 물도 없이 얼음이 섞인 찬물로 일일이 씻고 다듬고 준비하는 중노동으로 구부러진 허리 펼 여유도 없으며 치맛자락이 질질 끌리는 것도 모른다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