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배 중진 오늘은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로 시작했고 밤새도록 창가에선 겨울의 바람 소리가 울부짖었다 한동안 잊었었는데 때아닌 4월의 마지막 주에 이게 무슨 변고인가 꽃들이 지천으로 깔렸는데 바라옵건대 아름다운 나의 꽃들을 다치지 말게 있는 듯 없는 듯 어서 너의 갈 길을 가려무나 돌아보지 말고 바쁜 먼 길을 쭉 달려가려무나 너에게도 할 일이 태산 같지 쌓여있지 않았을까 오래 피어있는 수선화의 자태가 안타깝고 쥐락펴락하는 튤립의 봉오리를 강제로 펴지 말았으면 왕벚나무꽃의 입이 떨어져 풀밭을 가득 덮지 말았으면 따스한 봄이 주위에서 좀 더 머물다가 여름을 맞이했으면 그것이 봄날에 할 수 있는 나약한 자의 기도라네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니 기꺼이 받아 주려무나 더위가 찾아와 혼쭐을 내기 전에 어서 빨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