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인가/배중진
무엇이 문제인가/배중진 보리쌀과 채소가 섞인 수프로 점심을 아주 잘 먹었고 산책도 하고 서점에 가서 시집도 들추다 왔으며 충격적인 자동차 사건들을 시청하고 있는데 눈이 아프기 시작했고 두통이 따르기에 전에도 잘 들었던 아스피린을 먹고 누웠건만 깊숙하게 뇌리를 파고들며 점점 심해졌고 눈동자가 녹아드는 느낌으로 아프고 감히 눈을 뜨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으며 식은땀은 삐질삐질 점점 더 나오고 체온도 떨어지고 얼굴은 창백했으며 옆으로, 바로 누워도 바르르 떨리기만 했지 뭘 어떻게 붙잡고 고통 가라앉힐 줄을 몰라 처절하게 4시간 이상 사투했으며 오른쪽만 아팠는데 급체한 것은 아닌지 소화제를 먹었어야 했는데 앉았다 섰다 누웠다 그리곤 뒹굴었으니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려 함은 허사였고 속의 거북함을 몇 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