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2 316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배중진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배중진 초심을 잊지 마라 그렇게 들어왔는데 싱싱하고 향긋했던 모습 사라지고 말라 볼품없고 버석거리며 떨어지니 싫증도 나고 자리만 차지한다고 이제 필요 없으니 제발 나가달란다 처음 온 식구의 환영을 그렇게 받더니 썰렁하니 불도 켜주지 않는다 불이 없는 장식품들 또한 너저분해지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못 볼 것도 많이 봤기에 비밀이 탄로 나길 꺼리는 눈치더니 급기야는 쥐도 새도 모르게 버리고 싶었던 모양 이래서 아는 것이 많으면 좋을 것도 없다고 했던가 나가긴 나가야 하는데 어디로 갈 거나 밑동을 싹둑 잘라 놓았으니 이제는 발붙일 곳은 없고 한도 많았고 서러움의 끝자락은 눈물이기에 아이들의 놀이터에 가서 입단속이나 할까 보다

詩 2012 2012.01.21

우정의 불씨/배중진

우정의 불씨/배중진 우리의 우정은 변함이 없어야 했는데 그동안 세월이 흘렀고 만남이 뜸했으며 취미생활도 아주 달랐고 거리도 무척 멀었기에 새로운 친구들이 그 공백을 메워가고 있었으리라 그 사이 20대에서 30, 40, 그리곤 50대를 보냈으며 결혼관에서 차이가 벌어졌고 자식들이 생겼으며 인생관이 달라지듯 기호식품도 바뀌었고 살아가는 환경도 달라 한국과 미국으로 구분되었지 순수했던 우정관이 역경을 헤쳐나가면서 의리 하나로만 고지식하게 밀고 나갈 수는 없었으리라 주위를 의식하며 편협하지 않으려 냉정해지고 오늘만이 아닌 내일도 생각하여야 하는 융통성이 필요했겠지만 그래도 이것 하나 간직하고 싶은 것이 있으니 거친 바람에도 꺼트리지 않고 살려온 아주 작은 우정의 불씨라네 애경사에 자주 얼굴을 내밀 수 있는 여건..

詩 2012 2012.01.18

눈/배중진

눈/배중진 일기예보와는 달리 소리도 없이 내렸고 우연히 창밖을 보다가 알았으며 밤에 눈길을 산책하고 싶어 걸었더니 똑똑 소리가 끊어진다 뽀드득뽀드득 소리로 들릴 때까지 걸었으며 가로등에 비치는 눈도 눈이지만 땅으로 떨어지는 그림자가 곤충들이 제 구멍을 향하여 쏜살같이 달리는 모습이다 눈보라가 치듯 몰려가는 형상이기도 하여 우두커니 서서 발밑의 동정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잠시이지만 함박눈이 거칠게 덧칠을 할 때는 생쥐와 물방개가 달리는 모습으로 변하였고 바람이 불지 않아 고요한 밤의 흰 눈은 모든 것을 포근하게 감싸주고 있었으며 깊은 상처로 아파 신음하는 가슴을 어루만져 내일의 밝은 태양 속으로 안내하리라

詩 2012 2012.01.17

임은/배중진

임은/배중진 임은 지금 단잠에 빠졌으리라 이렇게 힘들게 한 발자국씩 다가가고 있음을 알고나 있는지 그동안의 섭섭함 달래주려고 살인적인 기온 속을 광속으로 달리고 있건만 사랑한다는 말도 못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고 살얼음 딛듯 건네고 아쉬워했는데 지금 날아가고 있음이여 좋은 꿈 꾸시게나 그리고 아침에 잊지나 말았으면 국제공항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가까이 가기 두렵게 만들지나 말았으면 yellowday2012.01.19 09:01 충청도 분이라 표현에 인색(?) 하시군요. 경상도는 더하지만요. (ㅎㅎ) 같이 다니시면 좋으실텐데(~)(~)(~)(~)사정이 있겠지요. 2012.01.21 21:28 요즈음의 젊은이들은 더 적극적이라 한국의 앞날은 밝아지리라 생각도 합니다.ㅎㅎ

詩 2012 201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