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 10

은행나무/배 중진

은행나무/배 중진 지나칠 때마다 뭔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열매도 열리지 않았고 색깔이 지저분했다 관심 둘 일이 어찌 은행나무뿐이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험한 세상 지혜롭게 살아가야지 이웃의 은행나무들은 가을이 됨과 동시에 화려한 노란색을 마냥 뽐내다가 화무십일홍인지라 쓰레기 더미가 되어 사라졌지만 잘난 것도 없으면서 독야청청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도 않게 영하로 뚝 떨어진 날 여름 내내 시름시름 앓던 못난이가 더 살고 싶었는지 푸른 은행잎을 몽땅 떨궜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년을 기다린다 몹시 기다린다 건강한 모습을 보고 싶다

詩 2022 2022.11.23

아들의 똥/배 중진

아들의 똥/배 중진 나는 아직도 날고구마를 탓한다 지금, 남들이 그게 아니라고 해도 어린 나이에 욕심껏 먹은 것은 날감자뿐이었다 끙끙거리며 어찌나 힘들어했던지 아버지는 외양간에서 소를 내다 매는 바깥마당에 일을 보라고 하시곤 굵어 감히 나오지 않는 것을 손으로 쑥 빼내셨다 아주 고맙다는 생각을 그 당시에는 해본 적이 없다 지금은 눈물겹도록 그 순간을 그리워하고 잊지 못한다 나의 무거운 짐을 평생토록 묵묵히 대신 짊어지셨던 분이시다

詩 2022 2022.11.20

바나나/배 중진

바나나/배 중진 어린 시절 과연 몇 개의 바나나를 맛보았을까 누군가 바나나를 수입해서 시장에 내다 파는 사람도 있겠지 유학 와서 배고플 때를 제외하곤 손이 가지 않은 것은 속이 거북해지기 때문이었는데 나이가 드니 몸에 좋다고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다 놓고 먹는다 나나 바나나는 왜 그리 비슷할까 겉은 노란빛이면서도 속은 다른 색이니 젊어서 풋내가 나듯 싱싱한 것은 풀냄새가 난다 하루가 다르게 몸은 이상함을 느끼고 제풀에 익어가는 것은 빨리 먹어 치워야 한다 백발이 늘어나면서 고향 생각이 절로 나듯이 깨끗했던 것도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 알 수 있다 몇 번 넘어지고 긁힌 것은 다른 부위보다 먼저 표시가 난다 상처투성이로 변한다 만신창이가 되어 먼 산을 바라본다 결국은 홀로 남는다

詩 2022 2022.11.19

인면수심/배 중진

인면수심/배 중진 높은 산이 둘러쳐 있고 만년설이 녹지 않는 아름다운 곳 인간과 더불어 각종 곰들이 삶을 누리는 곳 자연을 자연히 사랑하는 평화스러운 사람들 11살짜리 소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숨바꼭질하다가 연기처럼 홀연히 행방이 묘연했다 곰이 출몰하는 지역이라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이웃이 총동원되어 근처를 샅샅이 뒤졌지만, 오리무중이었다 모든 이들의 애간장을 태우며 속절없이 세월은 흘러 무심한 2년이 지났건만 사건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다 가까이 거주하는 성도착자를 취조한 결과 그 시간 지나치는 자동차를 떠올렸고 생각지도 않은 61살의 독거노인이자 금속 연마공을 찾아냈다 괴팍한 철면피한은 공교롭게도 자기 딸들이 11살일 때 몹쓸 짓을 저질렀고 두 번이나 이혼당하여 찾아간 경찰들에게 과거의 아픔을 호소하..

詩 2022 2022.11.14

패륜아/배 중진

패륜아/배 중진 부모님은 나에게 과연 무슨 존재일까 지나친 사랑을 받았던 망나니 손 벌리면 쥐여주는 현금 부족함이 없는 난잡한 생활 어려서는 사랑이려니 세상을 알아가며 눈치 보고 점점 대담해지며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패륜아 도박에 빠지고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성적은 바닥을 치고 물 쓰듯 탕진하는 생활비 아버지의 카드에서 엄청난 돈을 허락도 없이 유출하다 발각되어 따끔한 꾸지람을 듣고서는 살기충천하다 재주껏 대학교를 벗어나 E-Z Pass가 있어도 고속도로를 현금으로 지불하고 집안 식구만 아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가 도끼를 휘둘렀다 돈을 주지 않는 아버지는 16번을 내리쳤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과잉 사랑한 어머니는 3번 그리곤 아무도 모르게 밤새 차를 달려 학교로 돌아왔다 ..

詩 2022 2022.11.13

국화/배 중진

국화/배 중진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는 새봄 연로하신 할아버지 젊음을 가꾸신다 작은 터에 몇 가지 꽃을 일찍 심어 냉혹한 겨울엔 아무도 모른다 이른 봄 회심의 미소를 지으시며 물끄러미 담배를 꼬나물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 건네준다 걷지도 않으시고 문밖에 쭈그리고 앉은 모습이 항상 떠오른다 낙엽이 흩어지며 그동안 자란 국화가 화려한 꽃을 피웠다 꽃 위로 떨어진 갈잎이 무성하지만 방긋 웃는 모습이다 어둠이 내리깔리고 새들도 사라진 저녁 발소리 죽여가며 산책하다가 몇 송이 국화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취하지만 어르신은 보이지 않는다 담배 냄새도 늦은 가을 하늘 사라졌다

詩 2022 2022.11.07

제이 배중진님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제이 배중진님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엘로우데이 작 배중진 2012. 11. 29. 08:29 제이 배중진님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Yellowday 제주도 올레길이 정말 좋다합니다 이정표 없어도 걱정 없구요 배를 타고 가도 좋고 비행기를 타고 가도 좋아요 중문단지도 둘러보고 진달래 철쭉이 만발한 영실에도 올라보구요 님은 피곤하신데 잔칫상 미리 받고 앉아 계세요 의자에 편히 등 기대시고 생복지리에 전복, 해삼 안주삼아 일배일배 부일배로 축하주 한 잔 들고 권주가도 부릅시다 하영옵서예! 제이님 생신상에 모두들 축하주 드시러 제주도로 옵서예! 초청장은 행시로 대신합니다. 제이 배중진님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배중진 2012. 11. 29. 07:57 제이 배중진님의 생신 축/모나리자 제게 둘도 없는 지..

시조와 행시 202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