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2

바나나/배 중진

배중진 2022. 11. 19. 15:10

바나나/배 중진

 

어린 시절 과연 몇 개의 바나나를 맛보았을까

누군가 바나나를 수입해서 시장에 내다 파는 사람도 있겠지

 

유학 와서 배고플 때를 제외하곤

손이 가지 않은 것은 속이 거북해지기 때문이었는데

 

나이가 드니 몸에 좋다고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다 놓고 먹는다

 

나나 바나나는 왜 그리 비슷할까

겉은 노란빛이면서도 속은 다른 색이니

 

젊어서 풋내가 나듯

싱싱한 것은 풀냄새가 난다

 

하루가 다르게 몸은 이상함을 느끼고

제풀에 익어가는 것은 빨리 먹어 치워야 한다

 

백발이 늘어나면서 고향 생각이 절로 나듯이

깨끗했던 것도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 알 수 있다

몇 번 넘어지고 긁힌 것은 다른 부위보다 먼저 표시가 난다

상처투성이로 변한다

만신창이가 되어 먼 산을 바라본다

결국은 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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