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배 중진
지나칠 때마다
뭔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열매도 열리지 않았고
색깔이 지저분했다
관심 둘 일이 어찌 은행나무뿐이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험한 세상 지혜롭게 살아가야지
이웃의 은행나무들은 가을이 됨과 동시에
화려한 노란색을 마냥 뽐내다가
화무십일홍인지라 쓰레기 더미가 되어 사라졌지만
잘난 것도 없으면서 독야청청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도 않게 영하로 뚝 떨어진 날
여름 내내 시름시름 앓던 못난이가
더 살고 싶었는지 푸른 은행잎을 몽땅 떨궜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년을 기다린다
몹시 기다린다
건강한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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