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깨질 타작/배 중진
콩이 쫙 깔렸던가
밀인가 아니면
보리가 널린 마당이라 생각하는데
어려서 확실하지는 않다
고등학생인 딸을 엎어 놓고
회초리를 이용하여 사랑의 매질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살벌함이 감돌고
너 죽고 나도 죽자는 식이다
뭣 때문에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우연히 5살짜리가 그 집에 놀러 갔다가
목격하고 도망친 사건의 기억이 영원하다
누구한테 발설도 못 하고 혼자만 끙끙대며 악몽을 곱씹었다
재원인 딸을 오죽하면 개 패듯이 팼을까
교복 입은 채로 도리깨질해댔고
가방이며 책을 아궁이에 쏟아부으며 태울 기세였다
그런 어머니에게 매달려 살려달라며 울부짖는 가녀린 여학생
어떻게 끝났는지 까마득히 잊었다
아마도 끝까지 여고를 졸업했지 싶다
그런 수모를 당한 여인이 80세로 유명을 달리하셨다
끝내 어머니를 용서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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