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2

은행나무/배 중진

배중진 2022. 11. 23. 14:40

은행나무/배 중진

 

지나칠 때마다 

뭔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열매도 열리지 않았고

색깔이 지저분했다

 

관심 둘 일이 어찌 은행나무뿐이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험한 세상 지혜롭게 살아가야지

 

이웃의 은행나무들은 가을이 됨과 동시에

화려한 노란색을 마냥 뽐내다가

화무십일홍인지라 쓰레기 더미가 되어 사라졌지만

잘난 것도 없으면서 독야청청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도 않게 영하로 뚝 떨어진 날

여름 내내 시름시름 앓던 못난이가

더 살고 싶었는지 푸른 은행잎을 몽땅 떨궜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년을 기다린다

몹시 기다린다

건강한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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