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배 중진
높은 산이 둘러쳐 있고
만년설이 녹지 않는 아름다운 곳
인간과 더불어 각종 곰들이 삶을 누리는 곳
자연을 자연히 사랑하는 평화스러운 사람들
11살짜리 소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숨바꼭질하다가 연기처럼 홀연히 행방이 묘연했다
곰이 출몰하는 지역이라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이웃이 총동원되어 근처를 샅샅이 뒤졌지만, 오리무중이었다
모든 이들의 애간장을 태우며 속절없이 세월은 흘러
무심한 2년이 지났건만 사건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다
가까이 거주하는 성도착자를 취조한 결과 그 시간 지나치는 자동차를 떠올렸고
생각지도 않은 61살의 독거노인이자 금속 연마공을 찾아냈다
괴팍한 철면피한은 공교롭게도 자기 딸들이 11살일 때 몹쓸 짓을 저질렀고
두 번이나 이혼당하여 찾아간 경찰들에게 과거의 아픔을 호소하기도 하였는데
차와 옷에서 괴상한 물체가 발견되었으며 나중에 쇳가루로 판명되었고
마침내 찾아낸 불쌍한 11살 소녀의 시체를 발견하여 역시나 같은 물증을 잡았다
궤변은 시작되었고
악마는 낄낄거렸으며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다가 114년의 감방 생활이 시작되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지옥의 불구덩이 속으로 고철처럼 던져졌다
자나 깨나 아이를 생각하는 부모는
이웃의 또래 아이들이 졸업식에 참석해도 눈물겹고
성장하여 결혼식을 올려도 눈물로 지새우며
휴화산 같이 아물지 않는 상처를 보듬으며 괴로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