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2

가을을 싹둑 자르고 있네/배 중진

배중진 2022. 9. 30. 23:45

가을을 싹둑 자르고 있네/배 중진

 

요사이 이사 준비하느라

마음이 매우 심란하다

몇 년 동안 쌓아온 나의 것과 남의 것이 

헝클어져 산만했었는데

 

깔끔하게 정리해서 새롭게 이전하여야 한단다

원래부터 나의 것이 아닌 것은

과감하게 안타까워도 내쳐야 한다

한 번 읽은 것으로 만족하여야 한다

 

정말이지 

이런 글도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앞만 보고 달렸기에

후딱 지나친 것은 아리송하다

 

생면부지 낯선 곳에 대한 불안감

길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마음

추억과 이별하는 심정

정이 들었기에 뒤를 자꾸 되돌아본다

 

어디선가 고목을 자르는 굉음이 들려온다

차분하게 하루 쉬고 싶은데

막 휘젓는다

모두가 미쳐서 돌아가는 요지경 속이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나쁜 인간이 가을을 싹둑 자르고 있다

좋은 세상이 도래하면 마음껏 끼를 발산하고 싶었는데

낄낄거리는 악마의 웃음소리가 저 산 너머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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