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3

생각나는 사람/배 중진

배중진 2023. 2. 9. 13:49

생각나는 사람/배 중진

 

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있다

강바람이 옆에서 불어오기에

신작로 밑의 마른 논바닥으로 다들 내려갔는데

혹한도 두렵지 않은지 꿋꿋하게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건만

어디서 저런 강한 의지가 생겼는지

믿을 수가 없어 다시 뒷모습을 살폈지만

온갖 압력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의연 그 자체였다

 

반장이 되어 학급을 이끌어 나가는데

약한 아이에게 칼을 꺼내 위협하면서

돈을 요구하는 것을 목격하고

과감하게 앞장서서 만류시킨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세월이 흘러 

남들이 흥청거리며 유행가를 불렀지만

언제 배웠는지 모르지만

우리 고유의 가곡을 분위기에 맞지 않게 멋들어지게 불렀던 사람

 

누군가 "고향의 노래"를 보내왔다

유명한 테너가 불렀고

배경이 우리가 자랐던 옛 고향 같아

그 사람이 불현듯 생각나 노래를 전송했다

'詩 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망/배 중진  (1) 2023.02.17
추상/배 중진  (2) 2023.02.17
1월/배 중진  (25) 2023.02.01
꽃뱀/배 중진  (0) 2023.01.29
이웃집 남자/배 중진  (12) 2023.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