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배 중진
하필이면 꽃뱀끼리 만났다
넓은 세상에서 서로 피하면 될 텐데
길을 딱 막고 상대가 피하길 기다리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뒤엉켰다
자존심 건 숙명의 한판이었다
명예냐
돈이냐
입을 쩍 벌려 물고 휘감고 뒹굴었다
결판은 아주 쉽게 났고
서로 떨어져 이글거리는 눈으로 쏘아본다
감쪽같이 먹어 치웠으면 속이 후련하겠지만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상대가 허점 보일 때까지 참기로 했다
약점을 노려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기로 똬리를 튼다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더욱 분하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생각마저 동면에 들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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