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배 중진
하늘은 맑고
기온도 높고
바람도 불지 않는 아침
창밖은 평화롭기만 하다
빨래방 뒤편 주차된 차에서
젊은 아낙네가 주섬주섬 옷을 꺼내고 있고
저렇게 많은 양의 옷가지를 본 적이 없는데
독한 마음을 먹고 작정했지 싶다
건사하는 가족이 많아
아무렇게나 벗어던져 놓은 더러운 옷들 감당하기 벅찰 테고
연약한 몸으로 혼자서 저 많은 것을 어찌 처리하는지 기다렸는데
마지막은 너무 무거워 두 손에 큰 자루 하나씩 질질 끌고 들어갔다
그다음은 모르지만
세탁기 없는 집에 세 들어 사는가 보다
옛날 대가족이었던 우리 집에서
어머니의 겨울철 삶을 회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