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3

추상/배 중진

배중진 2023. 2. 17. 00:46

추상/배 중진

 

하늘은 맑고

기온도 높고

바람도 불지 않는 아침

창밖은 평화롭기만 하다

 

빨래방 뒤편 주차된 차에서

젊은 아낙네가 주섬주섬 옷을 꺼내고 있고

저렇게 많은 양의 옷가지를 본 적이 없는데

독한 마음을 먹고 작정했지 싶다

 

건사하는 가족이 많아 

아무렇게나 벗어던져 놓은 더러운 옷들 감당하기 벅찰 테고 

연약한 몸으로 혼자서 저 많은 것을 어찌 처리하는지 기다렸는데

마지막은 너무 무거워 두 손에 큰 자루 하나씩 질질 끌고 들어갔다

 

그다음은 모르지만

세탁기 없는 집에 세 들어 사는가 보다

옛날 대가족이었던 우리 집에서

어머니의 겨울철 삶을 회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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