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3

꽃뱀/배 중진

배중진 2023. 1. 29. 15:18

꽃뱀/배 중진

 

하필이면 꽃뱀끼리 만났다

넓은 세상에서 서로 피하면 될 텐데

길을 딱 막고 상대가 피하길 기다리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뒤엉켰다

 

자존심 건 숙명의 한판이었다

명예냐

돈이냐

입을 쩍 벌려 물고 휘감고 뒹굴었다

 

결판은 아주 쉽게 났고

서로 떨어져 이글거리는 눈으로 쏘아본다

감쪽같이 먹어 치웠으면 속이 후련하겠지만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상대가 허점 보일 때까지 참기로 했다

약점을 노려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기로 똬리를 튼다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더욱 분하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생각마저 동면에 들어가기로 한다

9/28/2014 Bronx 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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