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들판엔/배 중진
원래 저 들판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저, 아무 의미 없이 무지하게 넓다는 생각뿐
그곳에 누가 살고 있는지 관심조차 없었는데
물레방아가 끄적거리며 돌아가던 날
그대를 먼발치에서 보고
그저, 잘 어울린다는 생각뿐
뭘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텅 빈 방안에 드러누워 천장을 보니
삐걱거리는 물레방아 소리 요란하고
그저, 하염없이 쏟아지는 물줄기로
떨리는 분홍빛 가슴을 씻어보아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아름다운 모습은
뼛속 깊이 박혀 빼낼 수 없기에
그저,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끙끙거리며
동지섣달 긴긴 밤을 지새우네
원래 저 들판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대가 홀연히 나타나 뒤흔들었고
그저, 젊다는 죄 하나로
이젠 허수아비가 되어 들판을 지키네
八峯2012.11.26 05:34
겨울비기 추적추적 내리는 새벽입니다.
바람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하게 겨울의 위용을
자랑하려는 본새가 제법 자리를 잡아가나 봅니다.
차가워진 날씨에 따스하게 차려 입고
출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십일월의 마지막 한주의 시작..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詩 20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배 중진 (0) | 2012.11.27 |
---|---|
떨어진 잎/배 중진 (0) | 2012.11.26 |
예절을 지켰으면/배 중진 (0) | 2012.11.22 |
요란 떨게 따로 있지/배 중진 (0) | 2012.11.20 |
산증인/배 중진 (0) | 2012.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