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2

저 들판엔/배 중진

배중진 2012. 11. 25. 23:42

저 들판엔/배 중진

 

원래 저 들판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저, 아무 의미 없이 무지하게 넓다는 생각뿐

그곳에 누가 살고 있는지 관심조차 없었는데

 

물레방아가 끄적거리며 돌아가던 날

그대를 먼발치에서 보고

그저, 잘 어울린다는 생각뿐

뭘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텅 빈 방안에 드러누워 천장을 보니

삐걱거리는 물레방아 소리 요란하고

그저, 하염없이 쏟아지는 물줄기로

떨리는 분홍빛 가슴을 씻어보아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아름다운 모습은

뼛속 깊이 박혀 빼낼 수 없기에

그저,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끙끙거리며

동지섣달 긴긴 밤을 지새우네

 

원래 저 들판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대가 홀연히 나타나 뒤흔들었고

그저, 젊다는 죄 하나로

이젠 허수아비가 되어 들판을 지키네

 

八峯2012.11.26 05:34 

겨울비기 추적추적 내리는 새벽입니다.
바람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하게 겨울의 위용을
자랑하려는 본새가 제법 자리를 잡아가나 봅니다.
차가워진 날씨에 따스하게 차려 입고
출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십일월의 마지막 한주의 시작..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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