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검은 고양이/배 중진

배중진 2018. 6. 10. 02:57

검은 고양이/배 중진


십여 년을 우리 곁에 있다가

검은 고양이, BJ는 떠났다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Black Jack은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나

주인의 사랑을 한없이 받았고

질투심에 불타기도 했으며

짜증도 부리고

응석도 떨었어도

실제 나이는 누구도 모른다


가끔은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세상이 두렵기도 했을 테고

아파서 앓는 소리도 내고

슬프면 이불 푹 뒤집어쓰고 죽은 듯이 잠을 잤으며

최근에는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라

괴상하게 울부짖더니

모든 신체 기능이 마비되어

수의사에 의해 안락사당했고

화장해서 

근처에 있는 동물묘지에

유골을 뿌려주기로 했단다


묻지는 않고

이곳저곳에 뿌려준다니

생각날 때마다 찾아가

두런거리며 즐거웠던 순간을 회상하리라


엄마가 먼저 세상을 하직하면

우리 집으로 무조건 데려오기로 뜻하지 않은 약속을 했으나

모든 시설이 너의 작은 몸을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준비가 안 되어

한편으론 걱정이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이름 모를 포악한 전주인에 의해 학대당하고 버려져

발톱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어도

세상을 탓하지 않고

밝게 살았던 BJ

다음 세상에선 원하는 대로 태어나

못다 한 행복을 누리거라


예상하지 못하고

엉겁결에 떠나보내야 했지만

우리 사이 이별의 고통은 존재하리

언제까지나

즐거웠다 쳐도


네가 있던 자리

누웠던 곳

창가

너의 모습 어른거리니

슬픔의 검은 그림자 서성거리네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누가 있어 반갑게 맞아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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