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Moccasin/배 중진

배중진 2018. 6. 8. 00:12

Moccasin/배 중진


친구는 평소에 늦잠을 잔다

새벽 시간까지 활동하기에


학창시절 일찍 일어난다는 것은 학점에도 영향이 있어

아예 이른 시간에 시작하는 학과는 신청도 하지 않았단다


그런 친구가

새벽 5시에 일어나

통증으로 잠을 잘 수 없어 깨어나

고통을 어둠 속에서 삭였단다


잠이 쏟아져도

이룰 수가 없어

커피를 끓여 슬픔을 음미하였단다


오늘은 다른 친구들과 저녁 약속까지 잡았는데

모든 것을 취소하고

덩치 큰 인간이 

Gout으로 걸음을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보통 아침에는 연락을 취하지 않는 친구인데

죽어가는 목소리로 진통제를 사다 달란다

하여 약국에 가서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원하는 것을 사다주니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끝내지 못한 잠속으로 곤하게 푹 떨어졌다


죽느냐 사느냐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하기에

외식을 하여야만 하는 것이

냉장고 안에는 먹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인데


옷을 간신히 갖춰 입고

모자를 쓰고

지갑을 챙기고

신발을 신으려고 무진 애를 쓰나

발가락과 발이 퉁퉁 부어

들어가는 신이 없자 암담한 눈치였다가

번뜩 옷장 속에 처박아둔 moccasin을 찾아내어

발을 들이미니 편안하게 들어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찾는다고

여름에 꼭 그 짝이다


치매에 걸린 사람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하여

레스토랑 안으로 다리를 절룩거리며 들어가야만 했고


집에 돌아와서는 진공청소기로

더러워 보이는 귀중하고 감사한 신의 먼지를 깨끗하게 털어냈다

아픔을 떨구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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