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밥상/배 중진

배중진 2018. 5. 20. 01:30

밥상/배 중진


친구의 친구는 왜 사랑하는 부인이 없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모처럼 만나서 반가움도 잠시

왜 그는 홀로 살아가고 있을까를 다시 궁금해했는데


백인으로 매우 건강하고 그것도 모자라 미남에

부자는 아니지만, 집도 있고

은퇴하신 선생님이라 연금도 나오고

교회에서 성가대를 지도하며

오르간도 연주하는 재원이요

역사학자 못지않게 아는 것도 많고

골동품 전문가이기도 하며

친구들을 위한 배려가 대단한 사람인데

팔십 가까운 나이인데도 이제껏 혼자다

유머로 시작해서 유머로 끝나는 재담가이기도 하나

물욕 등이 대단하여 집이 많은 것으로 가득 차 있다


같이 식사할 때

이제껏 몰랐던 나쁜 점이 부각되어

그야말로 상을 내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이것저것 뒤적거리고

요모조모 끄적거리고

남의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달그락거리고

원하는 것은 지금 당장 손아귀에 넣어야 하는 성품이고

물과 커피를 시켜 붕어같이 쩝쩝거리고

커피를 숟가락으로 떠먹으며

나이프와 포크가 접시를 잠시라도 조용하게 놔두지 않고

눈을 빙빙 돌려가며 레스토랑 전체를 휩쓸어 담고

지나가거나 옆의 상에 있는 사람을 힐끗거리며 쳐다보고

옆 사람 쿡쿡 찔러 남의 흉을 보는 등


정신이 하나도 없게 만들어버려

식사하러 같이 온 나 자신이 후회스러워

욱하는 성질에 벌떡 일어나 나오고 싶어도


친구의 친구요

하루 이틀 안 사람도 아니고

다정한 친구의 체면을 위해서 꾹꾹 참느라

맛있게 먹었는지

즐거웠던 모임이었는지

헷갈리는 저녁이었다


그러니 자주 만나는 사람은 얼마나 갈등이 심하고

사랑할 수 없는 요건이 너무 많아 

평생 같이하려고 하겠는가

그럴만한 사연이 충분히 있었음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詩 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빠져나가고 싶은 순간/배 중진  (0) 2018.05.21
종교관/배 중진  (0) 2018.05.21
별다른 세상/배 중진  (0) 2018.05.18
어떠한 삶/배 중진  (0) 2018.05.18
거북이/배 중진  (0) 2018.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