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나가고 싶은 순간/배 중진
일요일마다 Waffle House에 가서 저녁을 먹는 친구를 따라
최근 총격 사건도 있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경계를 하면서 늦은 시간에 갔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고
반갑게 맞이하는 웨이터의 어눌한 말솜씨가 이상하여
살피고 또 살피고
우리의 주문을 제대로 받기나 하는 것인지
묻고 또 묻고
시키지도 않은 엉뚱한 메뉴의 음식을 배달하고
미안하다고 하고 또 하고
그런 와중에도 다른 웨이터가 가져온 음식을 잘 먹고 있는데
맛이 괜찮은지 묻고 또 묻고
그런데 웨이터의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이 눈물인가?
양쪽 볼을 따라 내리고 있고, 이미 지저분한 눈으로
앞이 보이기나 하는 것인지
안타까워 물어보았다
괜찮은 상태인지
그랬더니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한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음식점에 흔한 것이 휴지인데
남이 보고 물을 정도로 많은 양을 흘린다면
알게 모르게 닦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은 좋아 보이나
마냥 넋이 나간 상태인데
늦은 밤에 일하여야 하는 사유가 보통일까
마약을 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불안하여 저녁을 부리나케 해치우고
가져온 계산서를 훑어보니
도무지 계산이 맞지 않고
엉뚱한 난에 손으로 휘갈긴 것도 있고
꼬부랑꼬부랑 도무지 무슨 글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어도
가격이 싸서
후한 팁을 주고는 나왔는데
웨이터는 좋은 시간 가지라고 하면서 연신 굽신거린다
딱한 사정이 있겠지만
저런 사람을 고용하여
중요한 사업을 망치고 싶지는 않다
두 번 갈 음식점이 아니라서
신고를 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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