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의 엉뚱한 사랑/배 중진
주 지사에 대한 터무니 없고 정략적인 염문이
사실로 밝혀짐과 동시에
사랑했던 부인으로부터 이혼당하고
애지중지하던 아이들의 원망이 가득 찬 시선을 느끼고
오늘이 있게 뒷받침이 되었던 주민들로부터 냉대를 받아
그야말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나날
마지못해 잔여기간을 채워야 하는 고통과
아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절망 속에
그 여인을 사랑했던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고
앞으로도 갈 길이 창창한데
고육지책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 궁리 저 궁리하며
어슬렁어슬렁 주 청사를 배회하다가
아무것도 모르지 싶은 관광객을 만나
아는 지기처럼 반갑게 맞이하여
이곳저곳 청사 안을 소개해주고
임직원들에게 아주 귀한 사람처럼 소개하면서
어색한 감정을 누그러트리려는 심정을 왜 모르랴
덕분에 청사 구경 잘했고
갑자기 높은 신분으로 둔갑하여
대우는 잘 받았지만
한때의 실수치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져
주지사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순간
남의 일이라 곧 잊히겠지만
역사는 기록되고 영원히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는지
모든 것이 이름 하나 만천하에 날리려고 나섰는데
엉망진창이 되었으니 말이다
'詩 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간이 그리운 사람/배 중진 (0) | 2018.04.23 |
---|---|
전우여/배 중진 (0) | 2018.04.20 |
의욕상실/배 중진 (0) | 2018.04.18 |
안암골 호랑이/배 중진 (2) | 2018.04.17 |
명자꽃/배 중진 (0) | 2018.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