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의욕상실/배 중진

배중진 2018. 4. 18. 00:44

의욕상실/배 중진


아침에 그 난리를 쳤어도 

언제였다는 식으로

오후엔 눈 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거리의 지저분한 것들이 말끔히 씻겨나갔기에

산책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봄기운이 돋아나는데


저 앞에서 젊은이가 걸어온다

터벅거리는 장화를 신고 

접었어도 긴 우산을 들고

가방을 든 채

구부정한 모습으로


아침의 그 아비규환을 뚫고

생활전선으로 가야만 했던 심정을 짐작하면서도


그에게는 무척 강한 생활력이 있고

책임감이 팽배하며

의기소침했을지언정

아직은 젊지 않은가


더 지독했던 과거를 떠올리면서도

지금은 누가 죽는다고 아우성을 쳐도

집 밖으로 나가지는 않으리라 생각을 하며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시간이 있으니 기다렸다가 천천히 돌아가면 될 것 아닌가


그래도 젊은이가 가지고 있는 패기가 부러울 따름이다

갓 피어나는 목련이 오늘따라 더욱 가슴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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