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상실/배 중진
아침에 그 난리를 쳤어도
언제였다는 식으로
오후엔 눈 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거리의 지저분한 것들이 말끔히 씻겨나갔기에
산책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봄기운이 돋아나는데
저 앞에서 젊은이가 걸어온다
터벅거리는 장화를 신고
접었어도 긴 우산을 들고
가방을 든 채
구부정한 모습으로
아침의 그 아비규환을 뚫고
생활전선으로 가야만 했던 심정을 짐작하면서도
그에게는 무척 강한 생활력이 있고
책임감이 팽배하며
의기소침했을지언정
아직은 젊지 않은가
더 지독했던 과거를 떠올리면서도
지금은 누가 죽는다고 아우성을 쳐도
집 밖으로 나가지는 않으리라 생각을 하며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시간이 있으니 기다렸다가 천천히 돌아가면 될 것 아닌가
그래도 젊은이가 가지고 있는 패기가 부러울 따름이다
갓 피어나는 목련이 오늘따라 더욱 가슴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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