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순간이 그리운 사람/배 중진

배중진 2018. 4. 23. 13:06

순간이 그리운 사람/배 중진


즐거움을 위해서
건강한 삶을 위해서
테니스를 하기 시작했는데


코트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테니스가 좋아 혼을 쏙 빼앗아 갔다면
그 친구와 열심히 치는 날은 세상을 얻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 많은 친구 중에 하필이면 딱 한 사람일까
이유를 알 수가 없었고
친구도 나와 같이 치는 것을 은근히 바라는 눈치임을 알고는
우리의 실력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싫지가 않았으며


같이 한 시간이 매우 소중하게 여겨지는데
이기고 지는 것은 안중에도 없고
그 친구가 항상 그곳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땐 사람마다 전화기 들고 다니던 시절이 아니라서
요행을 바랄 수밖에


세월이 꽤 흘러
가끔은 전화하여 안부를 물으면서도
옛날이야기만 하면


당장 그 시절로 돌아가
같이 열심히 땀 흘렸으면 하지만
우리의 몸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슬픈 현실에 직면하고


그저 건강하게 오래 세상에 존재하여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면
더 바랄 것도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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