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두루미와 미운 오리/배 중진

배중진 2018. 4. 26. 02:33

두루미와 미운 오리/배 중진


희망에 부풀어 애지중지하는 알은 진짜가 아닌 가짜
인간이 교묘하게 바꿔치기한 것도 모르고
불쌍한 두루미는 밤낮 알을 품고 있으면서
그 누가 건드릴까 봐
눈알을 부라리며
경계가 철두철미하다


주위의 작은 저 오리들이
야속한 것이
딴 곳으로 가지 않고
던져주는 먹이를 가로채고 있는 것이 얄밉고
쫓아가 긴 부리로 찍어버리려고 해도
어찌나 빠른지
약 올리며 도망가니
환장하겠네


미워하는 마음이 우리의 아기에게
전달되지 않았으면 싶어
될 수 있는 한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해도


좁은 못이 못마땅하다고
날개깃을 치는 엉덩이에 뿔 난 오리
누가 이곳의 진정한 주인인지


눈꼴사나워 성큼성큼 다가가 짓누르려 하니
꼬리 치는 궁둥이가 보기 싫어
평상심을 되찾으려
하늘 높이 우러러 아우성치며
날개 부풀려 위세를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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